미국이 원인 모를 폐렴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상대로 여행경보 1단계를 발령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경보 발령을 주저하고 한국도 아직은 상황을 주시하는데 그치는 상황에서 주요국 가운데 내린 첫 번째 조치다. 중국 당국의 원인 규명이 늦어지는 사이 홍콩에서 감염 증상으로 격리된 환자는 21명으로 늘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일(현지시간) “이번 감염의 원인이 불명확하고 어떻게 전파되는지도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상황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우한을 찾는 경우 살아있는 동물이나 사체에 접근하지 말고 환자와도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CDC의 이번 조치는 3단계 가운데 첫 단계인 주의(Watch)로 “통상적 수준의 가능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한 방문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대신 감염을 피하려면 각별히 유의하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WHO는 전날 “아직은 중국에 대한 여행이나 무역 제한을 권고할 필요가 없다”며 주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WHO 조사팀은 지난달 30일 폐렴 발생 발표 직후 우한 현지로 급파돼 중국 당국과 합동으로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한국도 “WHO의 방침을 준용한다”며 여행경보 발령에는 소극적이다.
중국은 조류인플루엔자(AI), 사스(SARSㆍ중증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등과는 상관없고, 인체 감염 사례도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한 보건당국은 7일 “환자와 잠시라도 접촉하거나 의심된 경우 모두 격리 관찰하고 있어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 환자는 59명으로, 이 중 7명이 중태다. 환자와 접촉해 추적 조사 중인 인원은 163명에 달한다.
홍콩에서는 폐렴 의심 증상 환자가 격리 치료를 거부하고 병원 밖으로 돌아다녀 논란이 일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한을 다녀온 중국 본토 여성이 지난 5일 발열 증상으로 입원했다가 딸을 데리러 간다며 퇴원했다”면서 “이번 폐렴이 법정 전염병이 아니어서 홍콩 당국이 강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홍콩은 4일 대응 수위를 ‘심각’으로 격상한 데 이어 7일에는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직접 나서 중국과 연결되는 공항과 기차역의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그 사이 의심환자는 21명으로 늘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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