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집값은 주저앉고 종합병원은 멀고… “지방살이 지쳐가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집값은 주저앉고 종합병원은 멀고… “지방살이 지쳐가요”

입력
2020.01.08 04:40
8면
0 0

수도권 집중 심화로 생활 인프라 격차 커져… 지방 주민 삶의 질 갈수록 하락

벌어지는 수도권 지방 격차. 그래픽=송정근 기자
벌어지는 수도권 지방 격차. 그래픽=송정근 기자

#. 경남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는 소아암을 앓는 7살 아들 기준이(가명)와 1주일 한 번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는다. 집 근처에도 병원은 있지만 아이의 병을 치료하기에는 의료시설이 부족해서다. 김씨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4시간씩 차를 타고 병원을 다니기 너무 힘들다”며 “기준이가 아프고 난 후 지방에 산다는 서러움을 여실히 느끼고 있어, 올해 전세라도 얻어 서울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충청권에서 태어나 이 지역 국립대를 다닌 이모씨. 그는 10년여 전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 직장을 구하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서울에 직장을 구하고 수도권에 집을 마련한 대학 동창들과 자산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씨는 “5년전 분양 받은 아파트는 가격이 수천만원 떨어졌지만, 친구들이 수도권에 산 집은 수억원씩 올랐다”며 “최근 서울 이직을 제안 받았지만 지방 아파트를 판 가격으로는 서울에 전세를 얻기도 어려워, 이직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그로 따른 부작용도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당장 교통,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인프라)부터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방 거주민의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국토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지에서 가까운 종합병원까지의 평균 접근거리는 서울의 경우 2.47km에 불과했지만, 광주(5.56km), 대전(6km), 부산(6.11km) 등 전국 주요 도시는 모두 서울보다 2~3배 이상 길었다.

공연문화 시설 접근성도 서울은 1.76㎞로, 부산(4.28㎞), 대구(5.03㎞), 광주(5.62㎞) 등 전국 주요 도시보다 훨씬 우수했다. 이밖에 어린이집, 공원, 교통시설 등 주요 생활 인프라 접근성도 서울과 수도권은 타지역을 압도했다.

인구가 몰리는 지역에 부동산 수요가 높게 유지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인구집중 현상으로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지방 부동산 값은 떨어지는 부동산 양극화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의 2018년 기준 평균 공시지가는 1㎡당 273만원으로 2위 부산(74만5000원/㎡) 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높았다. 주요 도시를 제외한 강원, 충북, 전남 등 도 단위 지자체 평균 공시지가는 30만원대로 서울의 9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교육과 교통 등 주요 생활 인프라가 이 지역에 집중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사람을 수도권으로 이주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창출할 산업이 지방에 들어서고, 지방 대학이 지역 인재를 잡아둘 수 있도록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인구 유입 효과도 한계가 있는 만큼, 경제적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민간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