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이란 숫자로 위협 공방… 1988년 美해군 미사일에 이란항공 여객기 격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내 52곳을 타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미군이 격추한 이란 여객기 사망자 290명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0년 전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52명과 같은 수의 이란 내 표적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데 대해 지난 1988년 미 해군 함정의 오인 사격으로 이란 여객기가 격추된 사건의 희생자 수 290을 언급하며 맞대응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숫자 ‘52’를 언급하는 이들은 IR655편의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며 “이란을 절대 협박하지 말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52라는 표현을 통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군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수행 이후 이란이 미군이나 현지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경우 “이란 내 52개 지역을 목표로 반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이 52개 목표 가운데 일부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며, 매우 빠르고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숫자 52는 1979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건에서 억류된 미국인 숫자다. 이란 이슬람혁명 9개월 뒤인 1979년 11월 4일 이란의 강경 반미 성향의 대학생들이 주테헤란 미 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52명을 인질로 삼아 444일간 억류했다. 미국은 이들을 구하려고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폈으나 실패했다. 대사관 인질 억류 사건은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진 계기가 됐다.
반면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거론한 290은 반대로 미군의 공격으로 희생된 이란 국민을 의미한다. 이란ㆍ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88년 7월 3일 미 해군 순양함 빈센스함이 이란항공 IR655편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대공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 피격으로 여객기에 탑승해 있던 승객과 승무원 290명이 전원 사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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