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고위정치인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산 위협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란의 군부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한 미국에 대한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읽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고문인 헤사메딘 아세나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목록을 정리한 포브스지의 페이지 링크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등 군사 공격에 대한 방어 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건물들이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말한다, 만약 세계가 우리 지역에 맞서길 원한다면, 우리 역시 그들의 세계에 저항할 것이다.” 라는 루홀라 호메이니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말을 함께 인용했다.
아세나는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트위터에 게시한 영상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솔레마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이란 군중들 행렬 영상이다.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자리프 장관은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란 시민들의 사진을 올린 뒤 “당신의 인생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바다를 본 적이 있느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물었다. 또 “아직도 우리 지역에 대해 조언하는 광대의 말을 듣고 싶은가? 아직도 이 위대한 나라와 국민의 의지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며 “서아시아에서 해로운 존재인 미국의 종말이 시작됐다”고 적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이란 내 52곳을 타격하겠다”고 경고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대 이란을 위협하지 말라”고 맞섰다. 로하니 대통령은 6일 트위터에 “숫자 52를 언급하는 사람은 290이란 숫자도 기억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한 건 아니지만 52라는 숫자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수행 후 이란이 미군이나 현지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경우 “이란 내 52개 지역을 목표로 반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52개 목표 가운데 일부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며, 매우 빠르고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숫자 52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때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이 점거되면서 억류됐던 미국인 포로 수를 의미한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1988년 미 해군 함정의 오인 사격으로 이란 여객기가 격추되면서 사망한 희생자 숫자인 290을 미국에게 상기시켰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