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소용없는 저성장 온다… ‘일본화’ 걱정 휩싸인 올 전미경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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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도 소용없는 저성장 온다… ‘일본화’ 걱정 휩싸인 올 전미경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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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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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포즌(왼쪽부터) 피터슨경제연구소장,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5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 중 '일본화, 장기 저성장, 통화 재정정책의 도전' 토론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전미경제학회 웹캐스트 장면

지난 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장.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한 토론장에 모여 앉았다. 이들이 공동으로 걱정한 경제현상은 선진국 경제의 이른바 ‘일본화’ 현상이었다. 옐런 전 의장은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저금리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가 사상 최장의 확장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AEA에 모인 세계 경제학의 석학들은 오히려 ‘구조적인 장기 저성장’을 화두로 삼았다. 일본이 지난 30년간 겪었던 저금리ㆍ저성장ㆍ저물가의 늪, 이른바 ‘일본화(Japanification)’ 현상이 유럽과 미국 등 선진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짙어지는 일본화 먹구름 

지난 3~5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모인 경제학계 거물들은 미국 경제에도 장기 침체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옐런 전 연준 의장은 5일 ‘일본화, 장기 저성장, 통화ㆍ재정정책의 도전’을 주제로 한 토론에 패널로 참석해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경제 측면의 일본화란 오랜 저금리와 갖가지 통화정책으로 성장세는 간신히 유지하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고 고도 성장의 가능성은 사라진 상황을 말한다. 이날 토론 패널로 나선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장기 저성장’이라는 개념이 미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의미로 쓰인다.

이날 토론에 녹화 영상을 보낸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유럽 역시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건 아니지만 서둘러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3일 AEA 발표에서 “현재 미국의 최장기 성장은 동시에 연평균 2% 수준이 고작인 가장 느린 확장이기도 하다”고 동조했다.

2020-01-06(한국일보)

 ◇엇갈리는 해법 

다만 석학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4일 연설(통화정책의 새로운 도구)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 선제 금리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등 중앙은행이 개발한 다양한 도구를 아직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정책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실수”라며 미국도 유럽,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의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머스 교수는 적극적인 공공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50년간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침체에 대응해 왔지만 이제는 더 인하할 여지가 없다”며 재정정책에 ‘자동 안정장치’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통상 재정은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통화정책보다 속도가 느린데, 실업률이 급등할 경우 자동으로 재정을 집행하는 식의 대응이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옐런 전 의장은 두 입장을 절충했다.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선 통화정책만으로는 더 버틸 수 없으니, 둘을 혼합해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미국이 유로존이나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까지 가지 않은 이유가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과 문제자산 구제 프로그램(TARP) 같은 재정정책의 발 빠른 조합 덕택”이라며, “불황에 직면하면 다양한 정책조합을 적시,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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