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지주사 출범 이후 겸임해온 은행장 자리를 내려놓기로 결정하면서 새로운 우리은행장에 누가 선임될 지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계열사 사장과 은행 고위 임원 등 내부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외부인사가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날 행장 및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앞서 임추위는 지난해 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면서 손 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우리은행장 직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늦어도 설 연휴 직전인 20~21일까지는 차기 행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부인사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그룹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고 2년차를 맞이하는 금융그룹의 안정을 위해서는 손 회장과 행장간의 원활한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손 회장 역시 차기 행장에 내부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년 이상 내부 출신을 내정해온 관행도 무시하기 힘든 변수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 합병해 한빛은행이 출범한 이래 줄곧 외부인사가 행장을 맡아왔다. 2008년 한일 출신인 이종휘 전 행장이 선임되면서 내부 출신 행장 시대를 열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손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 ‘압축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됐던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 이동연 우리FIS 사장 겸 우리은행 CIO(최고정보책임자) 등 주력 계열사 대표들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된다. 은행 내 ‘2인자’인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과 김정기 영업지원부문장도 주요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손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인 만큼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합병 이후 한일과 상업은행 출신 번갈아 행장을 맡아온 관행이 이어져왔다.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 중 상업은행 출신은 조운행 사장과 김정기 부문장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계파 등의 변수보다는 능력이 가장 큰 고려사항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7대 과점 주주(IMM프라이빗에쿼티, 동양ㆍ한화생명, 키움ㆍ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ㆍ유진자산운용)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진데다, ‘우리은행’으로 입사한 세대가 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2017년 특혜채용 문건 유출이 한일과 상업은행 간 계파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막판에 외부인사가 깜짝 등용될 가능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과점주주 입장에선 출신보단 빠른 조직 안정과 실적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최우선으로 바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추위에서 연임이 확정된 손태승 회장은 이날 올해 주식시장 첫 거래일인 2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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