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폰에서 일어나는 일, 아이폰에 머무르게 하세요.”
1년 전,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박람회 ‘CES 2019’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의 맞은편 호텔 벽에 적혀 있던 문구다. 새까만 바탕에 흰 글씨, 그리고 애플의 개인정보보호정책 웹사이트 주소만 적혀 있는 ‘소박한’ 광고판이었지만, 당시 CES에 부스조차 차리지 않은 애플의 존재감을 일깨워주기엔 충분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이 차례로 엄청난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을 겪은 뒤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애플이 ‘뒷문’이 아닌 공식 행사를 통해 CES에 당당히 입성한다. 1992년 존 스컬리 전 최고영영자(CEO)의 기조연설 이후 28년 만이다. 제인 호바스 애플 프라이버시 선임이사는 7일(현지시간) ‘프라이버시 관리자 원탁회의’에 참석해 페이스북ㆍP&G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주제로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애플은 올해도 정식 부스를 차리거나 기자간담회를 열지는 않지만, 자사 인공지능(AI) 비서 ‘시리’와 스마트 홈 플랫폼 ‘홈킷’이 개인정보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생태계 확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GAFA(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ㆍ애플)’ 기업도 모두 올해 CES에 합류한다. 이들 모두 하드웨어보단 자체 구축한 AI 플랫폼 홍보가 주된 목적이다. 최근 가전을 넘어 AI와 로봇, 자율주행, 5G, 프라이버시까지 정보기술(IT) 분야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는 전시회가 된 CES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CES에 참가했던 구글과 아마존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를 앞세워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두뇌로 속속 탑재 중인 자체 AI 비서 진영을 더욱 굳건히 할 예정이다. 구글은 최근 수 년간 전시장 내외부에 ‘헤이 구글’이란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한 도우미를 배치, 톡톡한 홍보 효과도 누렸다. 구글은 올해도 야외에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 인공지능(AI)인 ‘어시스턴트; 홍보에 주력한다. 아마존에선 이번에 자동차 관련 신기술이 모인 노스홀에서 자사의 자동차 AI 솔루션 ‘알렉사 오토’가 기존 아마존 AI 서비스들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를 시연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애플과 함께 프라이버시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도 소개한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