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시장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해 벽두부터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에 나선다. 격전지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박람회로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CES 2020’ 행사장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의 차세대 주자인 8K TV에 한층 강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한 신제품 경쟁이 불을 뿜을 태세다. 그간 화질 경쟁에 매진하던 양사가 모두 화면 크기를 줄인 제품으로 상품 범위를 확대하며 가정용 프리미엄 TV 경쟁에 나선 점도 관전포인트다.
6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CES에 2020년형 8K TV 제품을 나란히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QLED 8K’, LG는 ‘시그니처 OLED 8K’다. 8K 모델은 종전 4K보다 화소수를 4배 더 늘리면서 화질 향상에 주력한 제품이다. 양사는 또 이번 신제품에 최신 AI 프로세서를 각각 장착시켜 영상과 음향도 개선시켰다. 기존 영상 빅데이터를 자가학습(딥러닝)한 AI가 콘텐츠에 최적화된 화질과 음질을 스스로 찾아서 적용하는 방식이다.
‘AI 퀀텀’ 프로세서를 단 삼성전자 QLED 8K의 경우엔 현장감 있는 소리 구현에 최적화된 기술을 대거 채용했다. 영상 속 움직이는 사물을 인식해 입체적인 음향을 들려주는 ‘OTS+’, TV와 사운드바 활용에 힘입어 선명한 소리를 선사하는 ‘Q-심포니’가 대표적이다. LG전자 OLED 8K의 ‘알파9 3세대’ 프로세서는 사람 얼굴과 텍스트에 적합하도록 화질을 조정하고 콘텐츠 장르(영화 음악 뉴스)별로 최적의 음질을 들려준다. 이와 함께 8K에 적합한 초고화질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 양사 제품엔 모두 고화질(HD)나 4K급 영상을 8K로 변환하는 기능(업스케일링)도 갖췄다.
외장 측면에서 QLED는 테두리(베젤)을 없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서 제로(0) 베젤을 표방한 TV가 사실 1~2㎜ 정도의 베젤을 남긴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계 최초의 제로 베젤 제품”이라며 “전체 화면의 99%까지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OLED는 ‘벽밀착 디자인’을 선보인다. TV와 벽을 부착하는 부품인 ‘브라켓’을 본체에 내장해 TV 전체를 벽에 완전히 붙일 수 있도록 고안했다.
재차 전시될 롤러블 TV도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CES에서 디스플레이를 돌돌 말아내리는 롤업 TV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화면을 위로 말아올렸다가 펴는 롤다운 제품이 전시된다. LG전자 관계자는 “OLED가 광원(백라이트) 없이 화소별 자체 발광 방식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디자인”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양화시킨 마이크로 LED TV ‘더 월’ 라인업도 소개한다. 기존 75형(75인치)와 292형에 더해 88형, 93형, 110형, 150형을 새로 선보인 것으로, 가정용 TV 시장 공략을 위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 LED는 작은 LED 모듈을 분리 결합해 패널을 만드는 방식이어서 해상도가 뛰어나면서도 스크린 크기나 화면비 구성에 제약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LG전자 역시 OLED와 LCD 제품인 나노셀 각각 1종이었던 8K TV 라인업을 각각 2종씩으로 늘렸다. 모두 기존 제품보다 스크린 크기를 줄인 것으로, 소비자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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