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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등 스타작가도 이런 대우를” 이상문학상 보이콧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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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등 스타작가도 이런 대우를” 이상문학상 보이콧 일파만파

입력
2020.01.06 17:00
수정
2020.01.06 19:4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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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희 이어 최은영ㆍ이기호 작가도 수상 거부 

 문학계 “낡은 관행 고쳐야” 지지 분위기 

 

김금희 작가. 창비 제공
김금희 작가. 창비 제공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의 올해 수상 작품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다. 수상작에 대해 일정 기간 저작권을 양도하라는 출판사 측 요구에 반발한 수상자들이 잇달아 수상을 거부하면서다. 출판사의 낡은 갑질 관행을 바로잡을 기회라는 게 문학계 중론이다.

문학사상사는 6일 예정된 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 발표 및 수상 작가와의 기자간담회 일정을 일단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개 간담회 두 시간 전이었다. 출판사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수상 거부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일정을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상 거부는 우수상에 선정된 소설가 김금희(41)가 시작했다. 김 작가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수상집 계약서를 확인하고는 게재를 못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계약서에는 △단편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수상작을 다른 곳에서 표제작으로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작가는 “문제를 제기하자 표제작으로는 쓰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적었다.

최은영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은영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역시 우수상 수상자로 뽑힌 최은영(35), 이기호(48) 작가도 상을 거부했다. 최 작가는 “이런 조건을 겪어 본 적이 없다”며 “저를 포함한 작가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출판사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상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금희ㆍ최은영ㆍ이기호 작가가 ‘잘나가는’ 작가들이란 점에서 문단에서는 충격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와 ‘경애의 마음’ 등을 쓴 김 작가는 현대문학상과 신동엽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받았고,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람’ 등을 쓴 최 작가는 한국일보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이 작가는 이효석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큰 상들을 받은 등단 20년 차 중견 소설가다. ‘충격’은 이런 작가들도 저런 대접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단은 수상 거부 결정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2007년과 2008년 이상문학상 우수상ㆍ대상을 잇달아 수상한 권여선 작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상문학상에 얽힌 자신의 옛 경험을 거론하면서 이들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며 “이번 일로 낡은 출판 관행과 상 운영 관행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학평론가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도 수상 거부 결정을 지지하면서 구시대와 결별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기호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기호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대상작 1편과 우수상 수상작 5~6편을 묶어 연초에 수상 작품집을 발간한 뒤 연말에 시상한다. ‘저작권 양도’ 문구는 이상문학상 제정 이후 줄곧 유지되다 2010년쯤 폐지됐으나 지난해 부활했다고 한다. 출판업계에선 주최 측이 수상작 출판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문학상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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