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다시 역사를 썼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안은 것이다. 지난 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은 쾌거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오스카)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이다.
이미 ‘기생충’은 황금종려상을 포함, 시드니영화제 최고상, 밴쿠버영화제 관객상, 상파울루국제영화제 관객상, 전미 비평가협회 작품상과 각본상 등 세계 10여개 영화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세계는 이제 오스카 수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영화가 가진 힘을 증명했다.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그가 “자막의 장벽은 장벽도 아니다”면서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라고 밝힌 소감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기생충’의 미래다. ‘기생충’의 쾌거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에게 남겼다. 이는 공교롭게도 ‘기생충’이 말하는 주제, 양극화와 맞닿아 있다. 이 영화의 ‘위층’과 ‘아래층’, ‘저택’과 ‘반지하’처럼 한국 영화판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디즈니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겨울왕국 2’가 스크린을 잠식했다. 이들 영화의 최고 좌석 점유율(총 좌석 대비 배정 좌석 수)은 각각 85.0%, 79.4%였다. ‘기생충’도 해외에서 호평을 받을수록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커져갔다. 그러는 사이 여러 한국 영화들은 관객을 만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채 극장에서 사라졌다. 거물이 아닌 다음에야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기란 영화 시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영화인들은 복합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의 일정 비율 이상 상영 금지, 공평한 상영관 배정, 복합 상영관의 예술ㆍ독립 영화 전용관 지정, 상영 일수 보장 등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양한 한국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토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흥행 보증 수표만 살아남아선 제2의 봉준호는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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