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시절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를 저지른 큰손 중의 큰손 장영자(76)씨가 6억원대 사기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부장 김병수)는 6일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장씨가 사기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이번이 네 번째로, 수감 기간만 31년이다.
장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2심 선고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은 몸살감기에 걸렸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구치소 측에서도 “고령이고 여성이어서 강제로 법원에 인치하기는 곤란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오랫동안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혹시나 경청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심리를 했다”며 “결심공판 이후에 다시 한 번 기록을 봤음에도 피고인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기 충분한 증거가 제출돼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인척으로, 앞서 1983년 남편인 이철희 전 중앙정보부 차장과 함께 7,000억원대 어음 사기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이는 당시 정부 1년 예산의 10%에 가까운 금액으로, 역사상 최대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장씨는 1992년 가석방됐지만 곧 140억원대 차용사기 사건으로 2년 만에 다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자 2000년 구권화폐 사기사건으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이번 사기 범행도 2015년 1월 출소한 지 7개월 만에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는 “남편 명의로 삼성전자 주식 1만주를 현금화해 재단을 설립하려 하는데 상속절차에 현금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인들로부터 6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액면가액 154억2,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위조된 것을 알면서도 현금화를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