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보건당국이 원인 모를 폐렴의 발생 사실을 공개한 지 6일로 꼭 일주일이 지났다. 감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홍콩ㆍ대만 등 주변국은 아우성이지만 중국은 별다른 설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 역학조사에 시간이 걸려 일러야 다음주쯤에나 발병 원인에 대한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우한 보건당국은 5일 “중국 내 환자 수가 59명으로 집계됐고 중태에 빠진 환자는 11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들 환자와 접촉해 주의ㆍ관찰이 필요한 인원은 16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환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중국은 감염균을 배양해 기존 전염병과 비교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균 배양은 몇 주가 걸리는 작업이어서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번 ‘우한 폐렴’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조류 인플루엔자나 사스(SARSㆍ중증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등과는 관계가 없으며, 인간 사이에 전염된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감염균 배양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가능성이 걸러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30일 우한 보건당국이 발병 사실을 처음 공개했을 때만 해도 감염 증상 환자는 중국인 27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돼 중국 59명, 홍콩 17명으로 증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3세 여아, 대만에서는 6세 남아가 각각 발열 증상을 보여 격리됐다. 현재까지 발병이 확인되거나 검사를 받은 인원만 80명 가량으로 일주일만에 3배나 늘어난 셈이다. 주변국들은 하나같이 경계 수준을 높이고 우한에 다녀온 여행객에 대한 추적조사를 강화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물론 중국 역시 내부적으로는 다급할 수밖에 없다. 대륙 곳곳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30억명에 달하는 춘제(春節ㆍ설) 연휴가 코 앞이기 때문이다. 우한이 중부지역 최대 도시임을 감안하면 발병 원인의 조속한 규명이 절실하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도 직결돼 있다. 중국은 호주ㆍ일본ㆍ싱가포르 등과 함께 3년 임기의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이다. 발병 초기 베이징(北京)의 WHO 조사팀을 우한으로 급파하는 등 과거와 달리 원인 규명에 적극 나선 이유다. 이에 화답하듯 WHO는 5일(현지시간) “아직은 중국에 대한 여행이나 무역 제한을 권고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의 고질적인 정보 통제에 대한 불신이 겹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초 발병은 우한 보건당국이 발표한 날보다 18일이나 앞선 지난달 12일이다. 2002년 광둥(廣東)성에서 발병한 사스의 경우 초기 대응이 늦어 중국 본토에서 349명, 홍콩에서는 299명이 숨진 전례가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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