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 사회’를 적극 추진했던 스웨덴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취약계층의 ‘금융소외’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리면서 오히려 은행의 현금 취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없는 사회로의 진행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6일 발표한 ‘최근 현금 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금 사용이 적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ㆍ영국ㆍ뉴질랜드가 현금 접근성 저하로 인한 부작용으로 현금 사용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 나라는 은행지점과 자동입출금기(ATM)를 대폭 축소하고 신용카드나 모바일 지급수단을 활성화 등 국가 차원에서 현금의 거래나 유통 비중을 줄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화폐발행잔액 비중은 스웨덴(1.3%) 영국(3.9%) 뉴질랜드(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9%)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이 국가들은 최근 들어 금융 정책이 정반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해 9월 일정 규모 이상 상업은행에 현금 입ㆍ출금 서비스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영국 정부는 은행지점이 사라지는 지역에선 우체국을 통해 현금이나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금 사용을 줄이는 것이 금융소외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서다. 고령층과 벽지 거주자나 장애인, 저소득층 등은 본인 이름으로 개설된 은행계좌가 없거나 디지털 관련 지식이 취약해 현금이 사라지면 생활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스웨덴 중앙은행 조사에 따르면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014년 27%에서 2018년 45%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앞서 부작용을 경험한 국가들의 사례는 현금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동 중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금결제 거부 사례는 많지 않지만 상거래 시 현금결제 비중이 감소되고 있어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든 국민들의 화폐사용에 어떠한 불편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국민의 현금 접근성과 현금사용 선택권 유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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