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요계가 음원 사재기 근절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방탄소년단 RM은 지난 5일 진행된 '제34회 골든디스크' 음반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대상을 받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진심을 다해 음악을 만들고 노력하는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있다. 2020년대에는 그 분들의 공명과 노력과 진심이 공정하고 정당하고 헛되지 않게 많은 대중 분들께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를 통해 최근 가요계 이슈인 음원 사재기 근절에 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낸 RM은 "2010년대의 잘못된 점은 2010년대에서 끝내고, 2020년대는 조금 더 좋은 연대가 됐으면 좋겠다"며 재차 소망했다.
음원 사재기로 대표되는 음원 유통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는 이제 막 시작된 2020년대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조작된 세계 - 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에서는 음원 사재기의 실체에 대해 조명했고, 타이거JK,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윤동환 대표 등 많은 가수와 관계자들이 출연해 유의미한 의견 또는 증언을 내놨다. 방송 이후엔 아이유, 솔비, 선미, 현아, 정준일, 소란 고영배 등 더 많은 가수들 역시 SNS를 통해 음원 사재기 근절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다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 유감을 표한 이들도 있다. 바이브와 벤의 소속사 메이저나인, 닐로와 장덕철의 소속사 리메즈는 공식입장을 내고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오히려 오해를 키웠다고 주장했고, 뉴이스트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억측을 부른 일부 화면에 대한 정정을 요청했다. 바이브 윤민수와 닐로는 SNS 글로도 억울함을 호소했고, 뉴이스트 JR은 '골든디스크' 음반 본상 수상소감을 통해 "저희가 지금까지 해온 음악들을 당당하게 들으셔도 된다"며 팬들에게 전하는 말로 음원 사재기 의혹을 간접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것이 알고 싶다' 측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방송 중 모자이크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온라인 상 다시보기 콘텐츠에는 수정돼 올라온 상태다. 이밖에도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대한 정정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제작진이 논의 중이다. 논의를 거쳐 추후 공식적인 입장 발표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방송 하나를 두고도 가요계 여러 주체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가 외치는 공동의 목표는 '음원 사재기 근절'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번 방송을 준비한 이유도, 아이유를 비롯한 가수들이 감상평을 SNS에 올린 이유도, 바이브 등 의혹을 받는 가수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유도 음원 사재기 근절에 대한 바람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박경이 "사재기 좀 하고 싶다"며 일부 가수들의 실명을 언급한 이후, 음원 사재기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간 가수와 기획사는 물론, 음악 산업 단체와 플랫폼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국회의 관련 위원회까지 다양한 곳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의견을 모았던 음원 사재기 근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역시 더욱 활발해졌다.
사재기 여부 조사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입장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및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 등을 통해 2020년대의 시작부터 음원 사재기 근절에 대한 목소리가 뚜렷하다. 특히 이전까지 실체 파악조차 안 됐던 음원 사재기가 여러 주체들에게 직접적으로 언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아이유 등 영향력 있는 가수들이 '음원 사재기 근절'에 대해 말해준 것은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음지에서 진행되던 음원 사재기 등의 불공정 행위는 이제 말 그대로 '공공의 적'이 됐다. 실체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 차트를 보는 눈이 많아진 만큼, 브로커 등 불공정 행위를 하던 사람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다만 "음원 사재기가 한 순간에 사라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자정을 위한 노력과 법적인 제재가 발 맞춰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이들의 바람과 노력처럼 2020년대에는 음원 사재기 근절이 이뤄지고, 모두가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길 소망한다. 물론 음원 사재기 근절 이후에도 가요계의 숙제는 많다. 좋은 음악을 위한 노력, 건전한 업계를 위한 논의, 리스너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움직임 등이 남아 있다. 그 시작점이 될 음원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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