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사령관을 제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방어 차원’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설명과 달리 ‘전쟁 불씨를 당겼다’는 혹평 일색이다. 비난 여론은 미 전역의 대규모 반전 시위로 이어졌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분주한 외교전도 시작됐다. 트럼프의 선택이 아직까지는 ‘악수(惡手)’가 되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미국 70개 주요 도시에서 미군 공습과 중동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내용의 반전(反戰)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대는 ‘이란과의 전쟁 반대’ ‘전쟁은 재선 전략이 아니다’ ‘미군 중동 파병 철회’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워싱턴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밖에서 반전 구호를 외친 뒤 몇 블록 떨어진 트럼프 소유의 인터내셔널 호텔까지 가두 행진을 진행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당은 전날 상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군사행위를 막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다. 상원 외교위 소속인 팀 케인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의 결정이 우리를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 직전까지 몰고 왔다”며 “더 많은 우리 군대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기 전에 의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을 겨냥한 선전포고를 포함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모든 적대행위에 앞서 의회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국제사회도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비난 움직임이 특히 거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국제관계에서 무력 남용을 반대하고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행동은 불법으로 비난 받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유럽은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과 통화한 뒤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하고 이라크와 주변 지역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접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중국 등 3개국 외무장관도 전화를 통해 중동지역 안정을 강조하는 한편, 이란에는 핵합의 준수를 거듭 촉구했다. 2015년 이뤄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미국이 2018년 탈퇴하면서 이란과 미국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다.
중동 패권을 두고 이란과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불안한 정세를 우려했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압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통화에서 “이라크의 안정을 지지한다. 전면적으로 (긴장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공개적으로 트럼프 결정을 지지한 나라는 이스라엘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에서 “안보, 평화, 자위를 위한 미국의 전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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