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세트가 달라졌다. 브랜드 대신 스토리를, 가격 대신 가성비와 개성을 내세우면서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 설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물세트 판매가 시작됐다. 가격이나 양보다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이 명절 선물세트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랜 세월 동안 대대로 물려 내려온 점포(노포)의 한식을 엄선해 만든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34년 전통의 한우 전문점 ‘벽제갈비’, 40년 된 고급 한식당 ‘삼원가든’, 30년 전통 장 요리집 ‘게방식당’, 전남 유명 종가 ‘남파고택’, 전북 군산 향토 음식점 ‘계곡가든’ 등 다양한 식당의 음식을 노포 스토리와 함께 선물세트로 구성했다. 임태춘 롯데백화점 식품리빙부문장은 “상품 자체가 갖는 독특한 스토리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며 “특히 미식가 지인을 위한 명절 선물로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롯데백화점은 자체 라이프스타일 숍 ‘시시호시’를 통해 떡국용 떡과 그릇을 담은 설날세트, 쌀과 뚝배기로 구성한 집밥세트 등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만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선물의 희소 가치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명절 선물의 단골 품목인 굴비에 개성을 입혔다. 자염과 죽염으로 밑간을 해 각각 감칠맛과 대나무 향이 스며들게 했다. 해양심층수 소금, 프랑스 토판식 소금으로 간을 해 맛과 식감을 차별화한 굴비 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윤상경 현대백화점 신선식품팀장은 “소금을 특화한 굴비 외에도 고객들에게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마트의 경우엔 명절 선물용으로 ‘가성비 와인 세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홈술’이나 ‘홈파티’ 문화가 일상에 자리한 가운데 와인이 비싼 술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화된 분위기를 파고 들었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도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선물세트를 선보이겠다는 고민에서 출발됐다. 병당 가격이 1만원도 안돼 부담 없이 선물하기 좋은 와인 세트도 준비했다.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는 “통조림이나 식용유 등 생필품 위주였던 마트 명절 선물세트가 선물로서의 가치가 더 높은 상품들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중”이라며 “올해 설에는 와인 선물세트 매출이 처음 7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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