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의 중증장애인 김용운(가명)씨는 최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본인부담금을 날벼락으로 인상했다가 두 번에 걸쳐 정정한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김씨는 “일주일새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본인부담금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 사과 한 마디 없다”면서 “이제 정부가 하는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정부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본인부담금 인상을 안내하는 문자 서비스를 보내면서 사달이 났다. 활동지원사의 시간당 임금 조정 등에 따라 월 1만원 정도씩 인상하던 예년과 달리 월 6만~12만원씩 폭등한 인상방안이 고지된 것이다. 폭탄 부담금을 떠안게 된 이용자들이 “본인부담금을 최대 절반까지 낮추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깼다”며 거세게 항의하자 복지부가 일단 뒤로 물러섰다. ‘장애인등급제 폐지 이후 신규 제도를 도입하는 과도기의 문제점을 시정하겠다’는 취지의 정정 문자와 함께 조정된 인상액을 지난달 30일 새로 고지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상액은 여전히 3만~7만원대로 높은 수준이었다(본보 1월 3일자).
본보 보도에 이어 전국 5개 장애인 단체가 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부담금 폭탄 인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복지부는 그제서야 해명 보도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실제 본인부담금 인상폭은 지난해 대비 최대 1만4,000원 이하(4.2% 증가)지만 시스템 상 오류가 발생했다”며 “2일 2차 정정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발표도 거짓투성이였다. 실제로는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담당 직원이 인상 상한액을 5%가 아닌 7%로 잘못 입력하면서 벌어진 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수정된 금액을 다시 안내했다”는 해명도 사실과 달랐다. 김모씨를 포함한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3일 오후가 돼서야 2차 정정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돌고 돌아 부담금 인상액이 예년의 월 1만원대 수준으로 제자리를 찾긴 했지만, 변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일처리 방식은 장애인들에게 깊은 불신을 남겼다. 3일 기자회견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복지부가 이용자들의 항의 전화를 받지도 않을뿐더러, 연결이 돼도 제대로 된 인상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복지부의 엉터리 정책이 시스템 오류나 담당자 과실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장애인들의 형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고압적 자세가 원인이라는 생각을 끝내 지울 수 없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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