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주말인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구속을 피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목사가 참석했고, 자하문로를 따라 행진하는 보수단체와 그를 저지하려던 국립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혼란을 빚었다.
◇구속 피한 전광훈 목사 “헌법이 저를 풀어주었다”
이날 정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건물 앞에서는 ‘문재인 탄핵!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총괄대표인 전광훈 한기총 대표목사 등이 참석해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를 주도한 전 목사는 “대한민국 헌법이 저를 풀어주었다”며 “주님과 대한민국 헌법, 애국 시민이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에 빨갱이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도 대법원장 좌파의 말을 듣지 않는 판사를 향해 격려 박수를 보내자”고 외쳤다.
앞서 경찰은 전 목사 등이 ‘순국결사대’라는 조직을 구성해 청와대 진입을 준비하는 등 불법 행위를 계획했다고 보고, 지난달 26일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일 법원은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불법 모금 의혹에 대해 전 목사는 “아직도 제가 가야 할 길이 많이 있고 조사 받을 것이 많다”며 “헌금을 불법 모금이라고 해서 또 조사 받으러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 목사는 기부금품법ㆍ정치자금법ㆍ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이날 집회에서도 주최 측은 “헌금을 모금하겠다”며 40㎝ 정도의 주머니에 현금을 받았다.
◇“우리 새끼 우리가 지키겠다” 보수단체 막아선 서울맹학교 학부모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사거리 인근에서는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이 태국기혁명운동본부(국본) 등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으며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맹학교 학부모와 졸업생, 학생 등 10여명은 현수막을 들고 자하문로 2개 차로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우며 보수단체의 행진을 막았다. 현수막엔 ‘박근혜 대통령님도 동네주민하고 사회적 약자 괴롭히는 거 싫어하세요’ ‘국가도 버린 눈먼 우리새끼 어미들이 몸뚱이로 지키겠습니다’ 등이 쓰여 있었다.
국본 등이 이들을 우회하려 하자 학부모들이 일어나 저지하려고 했고, 이를 다시 경찰이 막으며 약 15분간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부모들에게 욕을 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제지로 두 집단 간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에 연행된 사람과 큰 부상자도 없었다. 국본 측은 행진을 계속했고 서울맹학교 학부모 등도 이들을 따라가며 “약자를 괴롭히지 말라”고 외쳤다.
이들은 앞으로도 청와대 방면 행진을 직접 막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맹학교 학부모 등은 몇 달째 이어지는 집회 소음으로 인해 교육권이 침해된다며 3주째 집회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시각장애인은 주변 소음에 상당히 민감하다”며 “아이들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머무를 수 있는 곳이 학교”라고 말했다. 서울맹학교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부터는 ‘함께 조국수호 검찰개혁’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시민참여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조국 수호” 정치검찰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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