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도 ‘동백꽃’이 피었다. 지난해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황용식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배우 강하늘이 새해 공연계를 달구고 있다. 드라마를 마치고 JTBC 예능프로그램 ‘트레블러’에 합류해 아르헨티나로 촬영을 다녀온 강하늘은 이달 11일부터 연극 ‘환상동화’로 관객을 만난다.
대학로는 벌써 들썩이고 있다. 강하늘이 출연하는 공연은 이미 예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강하늘은 다음달 12일까지 27회가량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강하늘의 복귀 무대라는 화제에 힘입어 ‘환상동화’에 대한 관심도 폭주하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을 보고 강하늘의 팬이 됐다는 30대 직장인 신은주씨는 “치열한 예매 전쟁을 뚫고 간신히 1석을 손에 넣었다”며 “남편 좌석은 구하지 못해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강하늘의 연기를 가까이서 볼 생각을 하니 설렌다”고 말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애타는 팬심을 노린 ‘티켓 양도’ 게시글이 종종 올라온다. 제작사는 티켓 암거래를 단속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블로그, 카페 등 각종 온라인 사이트도 수시로 모니터하고 있다. 티켓 예매 사이트는 “공식 예매처를 통하지 않고 부정적인 방법으로 예매한 티켓은 예매 취소를 진행한다”는 경고문을 공지했다. ‘환상동화’ 홍보 관계자는 “암거래 모니터를 하면서 강하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며 “암거래가 일반 관객에게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를 강화해 나갈 예정 ”이라고 말했다.
강하늘은 TV나 스크린만큼 무대와 친숙하다. 무대는 그의 고향이다. 데뷔작도 뮤지컬이다.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에 발탁돼 처음 무대에 섰고, 이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쓰릴 미’ ‘왕세자 실종사건’ ‘블랙메리 포핀스’ ‘어쌔신’ 등에 출연했다. 2015년 tvN 드라마 ‘미생’을 마치고 최절정 인기를 누릴 때에도 차기작으로 연극 ‘헤롤드&모드’를 선택했을 만큼 무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환상동화’도 강하늘이 이전부터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작품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하늘은 “극장문을 나설 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분명 익숙한데도 색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공연이 있는데 ‘환상동화’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며 “2009년 즈음 처음 관람했을 때부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환상동화’는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전쟁광대, 예술광대, 사랑광대가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내는 인생사를 그린다. 세 광대가 무성영화 속 변사처럼 이야기를 꾸미면, 주인공 한스와 마리가 그 이야기에 따라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움직이며 전쟁의 공포와 사랑의 환희를 표현한다. 김동연 연출의 대학로 데뷔작으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강하늘은 슬픔과 사랑을 상징하는 사랑광대 역을 맡았다. 연극 ‘나쁜자석’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배우 송광일과 더블캐스트로 나선다. 강하늘은 “동백이만 좋아한 황용식처럼 사랑광대도 사랑밖에 모르는 순수한 캐릭터”라며 “다른 배우들보다 공연에 늦게 합류한 만큼 송광일 배우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 코튼홀ㆍ3월 1일까지ㆍ6만원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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