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피살한 가운데, 이란이 예고한 “혹독한 보복”에 대한 여러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의 2인자로까지 불린 솔레이마니의 위상을 고려할 때 보복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이란이 전면 대응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ㆍ사이버전 등으로 반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미국 CNN 방송은 미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들을 인용해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이란의 대응에 페르시아만 선박 운송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이란은 걸프만에서도 상업 선박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으로 선박운항을 방해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봤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 등 역내 산유국의 주요 석유 운송로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 정도가 이곳을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난해에도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 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은 지난해 5~6월 이 지역에서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자,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하고 안전 확보의 이유를 내세워 ‘호르무즈 호위 연합’이라는 군사 동맹체 결성을 추진해오기도 했다.
레바논 헤즈볼라 등 역내 친이란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나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정보 당국자는 CNN에 “솔레이마니의 이란 안팎에서의 종교적 지위를 고려할 때, 분명히 어떤 반응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란의 역내 프록시(친이란 무장단체)에 대해 지원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이어 “사이버 공격도 가능한 방안”이라면서 “이란은 국가 수준·비국가 수준 모두에서 공격적으로 사이버전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이란은 해킹으로 미국의 무인기(드론)를 나포하기도 하는 등 사이버전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란의 사이버 공격 시 역(逆)사이버 공격을 통한 무력화를 자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3일 “미국은 이란에 의한 사이버 공격 위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직접 타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역내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이스라엘을 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핵공격도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하지만 잠재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 역시 월등한 선제타격 능력을 갖춰 만만한 상대가 아닐뿐더러,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자동적으로 미국의 개입을 부를 가능성이 커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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