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의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오전(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이란은 전쟁에서 이긴 적이 없고, 협상에서 진 적도 없다!(Iran never won a war, but never lost a negotiation!)”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지칭한 것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전날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사살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솔레이마니의 폭사 이후 이란이 “혹독한 보복”을 예고하는 등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란을 향해 군사 행동에 나서지 말라는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협상’은 그가 지난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만이 이란이 위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 같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솔레이마니를 이미 오래 전 제거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오랫 동안 미국인 수천 명을 죽이거나, 심각하게 다치게 했고 더 많은 이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잡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이란에서 살해된 다수의 시위대를 포함해 수백만 명의 죽음에 대해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며 "이란은 절대로 이를 제대로 인정할 수 없겠지만 솔레이마니는 그 나라 안에서도 증오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인들은 이란 지도자들이 바깥 세계가 믿도록 만드는 것만큼 슬퍼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수년 전에 없어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이날 트위터에서 확전을 자제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솔레이마니 제거 결정’에 대해 “미국 국민들의 생명에 임박한 위협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긴장 완화(de-escalation)에 이대로 전념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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