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리더십 위기 돌파 승부수
공천 앞두고 물갈이론 시동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공격을 차단하는 한편 선제적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통해 당내 인적 쇄신의 불을 지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4월 총선에서 황 대표의 역할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수도권 험지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 불출마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황 대표는 정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런 황 대표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것은 최근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실제 당 내부에서는 지난 연말 패스트트랙 국면 이후 황 대표 책임론과 함께 비상대책위 체제로의 전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초 발표된 각종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황 대표는 경쟁자인 이낙연 국무총리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는 조사가 많았다. 지난달 29, 30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 대표의 지지율은 12.2%로 1위인 이낙연 총리(25.4%)와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황 대표의 결심에는 당내 물갈이론에 시동을 걸기 위한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황 대표는 이날 “우리당에 많은 중진이 계신데 중진 분들도 함께 험한 길로 나가 주셔야 한다”며 “신진세대에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본격적인 총선 공천을 앞두고 황 대표 본인부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중진들의 용퇴 내지는 험지 출마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반발이 터져 나왔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날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요구에 “사실상 정계은퇴를 하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이제 시선은 그가 선택할 지역구로 쏠리게 됐다. 당 내부에서는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만약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굳힌다면, 이낙연 총리와의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 총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체로 저도 정치의 흐름을 읽는 편인데 그쪽(황 대표와의 대결)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빅매치 성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황 대표 출마와 관련해) 이미 여론 자체가 대선주자간 대결로 흐르고 있어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황 대표로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구체적인 출마 지역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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