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ㆍ빅토리아 주 비상사태 선포
4개월 동안 남한 5분의 1 면적 소실
모리슨 총리 뒤늦게 피해지역 찾았다가 집단야유 받아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고 있는 호주에서 주민들과 관광객 대피에 군함이 동원됐다. 건조한 데다 바람까지 드세지면서 산불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호주방위군(ADF)은 군함 2척을 투입, 불길을 피해 모여 있는 남동부 해안도시 말라쿠타 주민과 관광객 1,000여명을 인근 빅토리아주 웨스턴포트로 대피시켰다.
말라쿠타 해안에는 빠르게 확산한 불길에 내몰려 새해를 하루 앞두고 대피에 나섰던 주민과 관광객 등 4,000여명이 모여 있었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산불방재청(RFS)의 화재 지도에 따르면 현재 산불이 남동부 해안 일대를 휩쓸고 있다. NSW 주정부는 전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빅토리아주 정부도 이날 대피 작업이 이뤄진 말라쿠타를 포함한 6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주호주 미국 대사관은 자국 여행객들에게 4일까지 산불 피해가 극심한 남동부 해안 지역을 벗어날 것을 경고했다. 호주 당국이 같은 날 해당 지역을 ‘관광 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조치다.
산불 사태는 이번 주말 최악의 고비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됐다. 앤드루 콘스탄스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교통부 장관은 “엄청난 ‘찜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로 지금까지 1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 수억 마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화재 피해 지역도 약 1,200만 에이커(약4만9,000㎢)에 달한다. 남한 면적(약 22만㎢) 5분의 1에 달하는 면적이다. 특히 산불이 몇 달 간 이어진 가뭄과 만나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전문가들은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화재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4일에는 피해 예상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대피 작전이 이뤄질 예정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가 주민들의 야유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모리슨 총리는 산불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하와이 휴가에 나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산불 피해가 극심한 NSW주 코바고 주민들은 모리슨 총리가 방문하자 그에게 “여기서는 표를 전혀 얻지 못할 거야”, “우리는 완전히 잊혔어”라며 쏘아붙이는가 하면 총리는 악수를 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BBC는 “당신은 머저리야”라는 노골적인 욕설도 들려왔다고 전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었고 원초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며 주민들의 반응을 이해한다고 전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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