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추천 결과를 재판에서 다툴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억울하게 포상추천을 받지 못한 경우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김동오)는 A씨가 “독립유공자 포상추천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보훈처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3ㆍ1운동에 참가했다가 체포ㆍ구금돼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아버지를 독립유공자 포상대상자로 추천해 줄 것을 보훈처에 신청했다. 포상대상자는 보훈처 추천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선정되는데 보훈처는 추천을 거부했다. A씨의 아버지가 3ㆍ1운동 이후 조선총독부 직속 철도국 서기로 근무한 행적이 이유였다. 이에 반발해 A씨는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독립유공자 포상은 대통령이 재량권을 갖고 하는 통치행위이므로 그에 앞선 추천 절차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소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리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최초로 반기를 들었다. 재판부는 “보훈처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국무회의나 대통령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빼앗겨 독립유공자법에서 정한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한다”며 포상추천 거부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독립유공자 추천 거부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 보훈처가 사실관계를 오해하거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경우에 이를 다툴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건을 각하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했지만 A씨 아버지의 행적에 이상이 있다며 추천을 거부한 보훈처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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