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무원에게 “‘공익’ 비하 발언 말라”고 지시
곳곳에서 공무원-공익 간 갈등…“제도 재검토해야” 목소리도
최근 한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에서 벌어진 이른바 ‘마스크 공익’ 논란으로 지난달 서울지방병무청이 서울 지역 사회복무요원들이 일하는 각 기관에 보냈던 공문이 온라인상에서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련 기사 “마스크 3만장 정리해” 공익요원에 ‘갑질’한 공무원에 비난 쇄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3일 발신인이 서울지방병무청으로 돼 있는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 준수 철저 협조’라는 제목의 공문이 퍼지고 있다. 당부 내용은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 준수 연ㆍ병가 사용 허가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현역병과의 비교ㆍ비하 발언 등 불이익 한 처우 금지 두 가지다. 이 두 가지 외에도 ‘인터넷 공간에 사회복무요원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하지 말라’ 등의 공문에 설명된 정황이 ‘마스크 공익’ 사건 맥락과 매우 비슷하다.
서울지방병무청은 공문을 통해 “최근 일부 사회복무요원 복무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의 질병 정도에 따라 병가를 허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병가 사용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에 사회복무요원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해 사회복무요원의 사기저하 및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복무요원의 권익 보호 및 복무기강 확립을 위해 (두 가지 당부사항을) 강조하니 복무기관에서는 소속 담당자에게 즉시 전파하는 등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해주길 바란다”며 “소속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으로 인해 민원발생 등이 지속되는 경우 사회복무요원 배정 제한(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사항”이라 말했다.
이 공문을 접한 다수 누리꾼들은 최근 ‘마스크 공익’ 사건으로 인한 병무청의 후속 조치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서울지방병무청에 확인 결과 이 공문은 지난달 ‘마스크 공익’ 사건 이전에 발송됐다.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는 공문 사진에는 발신일과 결재란은 빠져 있다.
‘마스크 공익’ 사건은 지난달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천 연수구의 한 주민자치센터 공무원이 ‘공익근무요원 때문에 힘들어요’라는 제목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불만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게시 글에 등장한 사회복무요원이 “혼자 마스크 3만5,000개를 30개씩 분류하도록 여러 차례 시키는 등 과중한 업무를 지시했다”, “허리디스크로 현역에서 공익이 됐는데 정당한 이유 없이 병가를 제한했다” 등의 반박 글을 올려 논란이 확대되자 구청이 감사에 나서는 등 사안이 커졌다.
결국 이날 공개된 공문은 ‘마스크 공익’ 사건 이전부터 공무원과 사회복무요원 간에 비슷한 갈등이 곳곳에서 있어왔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서울지방병무청 측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비슷한 민원이 국민신문고 등에 자주 올라온다”라며 “공무원들에게 다시 한 번 규정을 준수하라는 취지에서 나갔던 공문”이라 설명했다. 반면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사회복무요원의 근무 태도 역시 문제가 많다”면서 차라리 요원들을 받지 않는 게 낫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불만이 많다.
이처럼 갈등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서는 “사회복무요원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 공익과 공무원의 갈등…누구를 위한 사회복무제도인가
이 공문을 접한 누리꾼들은 “공무원과 사회복무요원 간의 암묵적 규칙을 서로만 잘 지켜주면 공문 신경 쓸 일도 없는데 참 안타까운 일”(βρ****), “애초에 몸이 안 좋아서 온 사람들인데 병가도 제대로 못 쓰게 하면 어떡하냐”(참****), “내가 근무했던 곳은 정말 좋았는데, 대신 자기 할 일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홍****)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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