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박시유ㆍ한국계 다니엘, 단원으로 내한공연 무대
질문 하나, 슈베르트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공통점은?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지만, 그중 하나는 ‘빈 소년 합창단’과의 인연이다. 슈베르트와 하이든은 소년 시절 단원으로 활동했다. 모차르트는 미사 시간에 합창단을 지휘했고, 베토벤은 반주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스트리아 빈 궁정 소속으로 1498년 설립된 빈 소년 합창단은 변성기가 오기 전 7~15세 소년들로 구성돼 있다. 소년 특유의 맑은 소프라노 음색은 세계인들로부터 ‘천사의 소리’로 사랑받고 있다.
유서 깊은 이 합창단은 새해 들어 한국을 찾는다. 11일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광주(12일), 강릉(14일) 등을 거쳐 18ㆍ19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내 팬들을 만난다. 빈 소년 합창단의 한국 무대는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인 단원 박시유(13)군과 한국계 다니엘 준수(13)군이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샤르팡티에의 ‘바빌론 강가에서’와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등을 부른다. 방한에 앞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두 소년을 만났다.
2017년 입단한 시유군은 그해 빈 소년 합창단의 서울 공연을 보고서 단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시유군은 “노래하는 단원들이 무척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유군 가족은 공연 관람 직후 합창단 측에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곧 게랄드 비어트 합창단 대표와 면접을 본 뒤 합류했다. 시유군의 대담함, 그리고 해외 각지에서 실력 있는 소년들을 수시로 영입하려 한다는 빈 소년 합창단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2016년에 단원이 된 준수군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TV를 보다가 합류를 결심했다. 그는 “평소에도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는데, 우연히 접한 합창단의 존재가 궁금해서 할머니에게 물었더니 면접을 볼 수 있게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열 살 남짓, 한창 뛰어놀기 좋아할 아이들에게 음악이란 무엇일까. 이구동성으로 “즐거움”이라 답했다. 시유군은 “자기 자신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면서 연주하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답했다. 준수군도 “노래를 듣고 기뻐하거나 박수를 치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세계 무대를 누비는 음악가들이지만 학교에서는 평범한 학생이기도 하다. 합창단원들은 오스트리아의 기숙학교에서 함께 지내며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고 있다. 시유군은 “한국과 교육과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며 “평일엔 수학, 독일어, 역사, 체육 등 수업을 듣고, 주말엔 하이킹을 하거나 스케이트를 타며 여가시간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준수군은 “해외 공연을 다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합창단원 활동 기간은 보통 4년 정도다. 시유군은 내년에, 준수군은 올해 정든 합창단을 떠나야 한다. 시유군은 “앞으로 무얼 할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도 “계속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관련된 무언가를 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준수군도 “클래식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지금은 드럼을 연주하고 있는데 피아노도 배워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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