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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at] “한국사회 달라졌나” 묵직한 울림 전한 ‘손석희표’ 앵커브리핑

입력
2020.01.0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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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 된 손석희 ‘앵커 브리핑’ 사례 모아보니 

손석희 JTBC 사장은 최근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에서 가수 양준일의 인기에 대해 “(한국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견고한 벽을 쌓았다”며 “2019년 말 한국 사회는 그 때와 달라졌을까”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JTBC 방송화면 캡처
손석희 JTBC 사장은 최근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에서 가수 양준일의 인기에 대해 “(한국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견고한 벽을 쌓았다”며 “2019년 말 한국 사회는 그 때와 달라졌을까”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JTBC 방송화면 캡처

“뉴스룸 앵커로 있던 지난 6년 4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이 배웠습니다.”

손석희 JTBC 사장이 ‘뉴스룸’ 진행 6년여 만인 2일 시청자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던 지난 앵커 브리핑에 비하면, 생각보다 담백한 인사입니다. ‘손석희 체제’ 뉴스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손 사장의 앵커 브리핑이 문제의 핵심에 기민하게 접근해 시대의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는 크게 이견들이 없죠. 때로는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때로는 소수자에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앵커 브리핑은 시청자의 신망을 얻고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앵커 브리핑은 ‘세월호 참사’ 보도로 성과를 쌓은 ‘뉴스9’이 ‘뉴스룸’으로 개편되면서 두각을 드러냈어요. 2015년 세월호 참사 1주기 손 사장은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 깊은 울림을 줬죠. 그는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어 마시기만 해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손 사장은 “추측과 두려운 소문, 조롱마저 난무하는 가운데 오늘 청와대 수석이 직접 관련됐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며 “우리들 마음 역시 어둡다. 뉴스와 절망을 함께 전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어요. 이어 이 시인의 ‘땅끝이 땅의 시작이다’를 언급하며 절망감을 느낄 시청자를 다독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날은 “오늘은 앵커 브리핑이 없다. 할 시간이 없다”며 과감히 앵커 브리핑을 취소하고, 최씨의 컴퓨터 파일 분석 내용을 집중 보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죠.

날카로운 비평도 돋보였어요. 2015년 정부의 허술한 메르스 방역 대책에 대해 손 사장은 “‘개미 한 마리 못 지나가게 하겠다’더니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호언장담’이 참으로 무색해졌다”고 일갈했지요. 2017년 이언주 무소속 의원의 ‘밥하는 동네 아줌마’ 막말 논란에는 “그렇게 달랑 세 단어로 비하되기에는 그들이 대신해준 밥짓기의 사회학적 무게가 가볍지 않다”고 꼬집었어요.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1월 ‘뉴스룸’에서 하차한다. JTBC 제공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1월 ‘뉴스룸’에서 하차한다. JTBC 제공

굵직한 현안만 다룬 것은 아닙니다. 연예계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확장해 다른 시각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졌거든요.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은의 욕설 논란에 그는 “욕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욕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욕하지 않고서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제때 제대로 하라”고 논평했어요.

최근 데뷔 30년 만에 화제가 된 가수 양준일에 대해서는 “(당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손가락질하거나, 아예 견고한 벽을 쌓아버리는 사회”라며 “다시 우리가 마주하게 된 2019년 말의 한국 사회는 그때와 조금 달라졌을까”라고 해 여운을 남겼습니다. 이후 ‘뉴스룸’에 출연한 양준일은 “앵커 브리핑을 보고 많이 울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죠.

이제 다시 손 사장의 앵커 브리핑을 볼 수는 없게 됐습니다. ‘뉴스룸’의 마이크는 서복현 JTBC 기자가 쥐게 됐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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