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있는 장기에도 서열이 있다는 재미있는 주장이 제기됐다. 뇌 과학 연구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는 나흥식 고려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는 장기의 위치, 주위 조직으로부터의 보호수준에 따라 장기 서열을 매겼다.
나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머리뼈와 등뼈 속에 있는 뇌와 척수가 장기서열 1위에 해당한다. 나 교수는 “뇌는 머리카락, 머리피부, 머리뼈, 뇌척수액으로 이어지는 우리 몸 최고의 요새 속에 들어있다”며 “가장 중요한 장기인 뇌를 가장 안전한 머리뼈 속에 넣어놓은 것은 중요한 물건을 안전한 금고에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척수는 등뼈를 통해 역시 안전하게 보호된다. 나 교수는 “감자탕을 먹을 때 등뼈 주위에 있는 고기를 발라먹기가 힘든데 이는 등뼈의 복잡한 구조 때문”이라며 “등뼈는 척수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복잡하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서열 2위는 심장과 허파다. 이들 장기는 갈비뼈와 갈빗살로 이뤄진 흉강 속에 있다. 흉강은 갈빗살이 있는 부위가 다소 허술해 뇌가 들어있는 머리뼈만큼 안전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안전한 요새라 할 수 있다. 심장과 허파 중 심장이 앞에 놓인 이유는 허파가 심장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허파는 공기가 든 비닐봉지와 같아 심장을 보호할 능력이 크지 않지만 심장을 감싸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간과 콩팥은 서열 3위다. 이들 장기는 복강 윗부분에 있어 일부는 갈비뼈의 보호를 받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복근의 보호를 받아 심장과 허파보다 순위가 밀렸다. 서열 4위는 생식기관이다. 나 교수는 “생식기관이 개체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종족 보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장기”라며 “특히 여성의 생식기관은 골반뼈에 얹혀져 전체의 절반이 뼈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열 5위는 소화기관이 차지했다. 소화기관은 뼈가 아닌 복근에 의해서만 보호를 받는다. 복근은 칼 등과 같은 외부공격에는 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방어 면에서 취약하다. 나 교수는 “권투선수가 시합 중 상대방의 옆구리나 배를 집중 가격하는 것은 갈비뼈로 둘러싸인 가슴 부위보다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열 6위는 각종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뼈가, 다음은 뼈를 둘러싸는 골격근이 차지했다. 비록 서열에서는 밀렸지만 골격근은 장기 중 가장 무거워 무게로는 서열 1위이다. 서열 8위는 피부다. 피부는 우리 몸의 가장 외곽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어떤 장기의 보호도 받지 못해 서열이 가장 낮았다.
나 교수는 “호흡이나 심장순환 등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연수(숨골)는 대뇌와 소뇌에 완벽하게 둘러싸여,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철저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신비로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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