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오랜 보수 텃밭인 울산에서 ‘뼛속까지 민주당’인 인물로 꼽힌다. “바보 노무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민주당 당원이 됐다”고 말하는 임 전 최고위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년특보단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줄곧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았다. 언젠가 울산에 민주당 깃발을 꽂겠다는 일념이 18년 외길을 걷게 한 힘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 임 전 최고위원이 최근에는 여당을 뒤흔들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2018년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일본 오사카, 고베 총영사 등 ‘과분한 자리’를 제안 받았다는 얘기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임 전 최고위원은 말실수였다고 즉각 입장을 번복했지만 검찰의 활 시위는 이미 청와대를 겨냥한 후였다.
이후 임 전 최고위원의 행보 하나 하나가 조명을 받았다. 검찰이 임 전 최고위원의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날 그가 돌연 배편을 통해 오사카로 출국한 사실이 검찰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일도 있었다. 자신의 자서전에 “민주당 후보가 정치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을 쓴 게 화근이었다. 민주당 울산시당이 제명을 하자 임 전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찾아가 읍소를 할 참이었지만 이 대표는 만남을 거절했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당내 경선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히려는 검찰에게 임 전 최고위원은 사태의 전모를 밝힐 핵심 참고인이다. 그러나 ‘민주당맨’ 임 전 최고위원은 당을 지키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임 전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를 제명 대신 올해 총선에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가 가능한 ‘6개월 당직 자격정지’로 낮췄다. 울산에 민주당 깃발을 꽂겠다는 임 전 최고위원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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