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ㆍ정병국 의원이 세밑에 라오스로 떠났다.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중진이고 정 의원은 새로운보수당 창당 멤버다. 미묘한 시기에 한국을 떠나 4박 6일을 함께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새보수당의 깃발을 든 유승민 의원은 모두 보수 통합을 말하면서도 각론의 차이로 삐걱거리는 상태다. 황 대표는 공석에서 유 의원을 “유아무개”라고 부르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고, 유 의원은 “현재 한국당으로는 보수 재건이 어렵다”고 말한다. 기 싸움의 연속이다.
□ 김 의원과 정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ㆍ코이카) 사업 시찰 대표단으로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미얀마 양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비엔티안을 방문하고 귀국했다. 여의도가 ‘동물국회’를 재현하며 선거법 처리로 시끄러웠던 기간이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ㆍ김재경 한국당 의원이 출장을 취소해, 공교롭게도 국회에선 단장인 정 의원과 김 의원만 동행했다.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두 의원은 무력하게 국회에 있느니, 라오스로 떠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 6선인 김 의원과 5선인 정 의원은 정치 역정에 접점이 많다. 모두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도우며 정치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YS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성한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 멤버이고, 정 의원은 YS의 비서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함께 세웠다. 이후 김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당해 지금은 당적이 다르지만, 협상과 타협을 중시하는 YS의 실용주의를 물려받은 의원들이다. 그러니 숙식을 함께 하며 보수 통합을 둘러싸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드러내 보였을 것이다.
□ 라오스는 국제사회가 공인한 영세중립국이다.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도, 다른 나라 간의 분쟁에도 개입하지 않으며 중립을 지킨다. 이 중도의 나라에서 ‘중도층을 품어야 보수가 산다’는 생각을 지닌 두 정치인은 어떤 말을 나눴을까. 두 사람 사이엔 술잔 대신 찻잔이 주로 놓였다. 김 의원은 술을 끊은 지 오래다. 이들은 “우리가 (통합) 얘기를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김 의원), “답답한 심정을 나눴다”(정 의원)며 말을 아끼면서도 이심전심의 대화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긴, 더 바닥을 쳐봐야 정신을 차릴 거란 자조로 결론을 맺으며 씁쓸히 귀국길에 올랐는지도.
김지은 논설위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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