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3일 첫 출근길에서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발길을 돌렸다. 윤 행장은 “(노조의 주장처럼 내가) 함량미달이 아니다”라며 업무 수행 의지를 밝혔지만 노조의 거센 반대를 뚫지는 못했다.
윤 신임 행장은 이날 오전 8시 28분쯤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로 출근하려고 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바리케이드로 정문을 봉쇄하고, 후문에서 수십명이 대기하며 윤 행장의 진입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에게 “더는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는 게 좋다”고 말했고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자진사퇴하고 야인으로 돌아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윤 행장은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행 가족들의 일터를 위해 열심히 해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 행장은 몇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노조 측은 “해명을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반발했고 결국 10여분 만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출발 전 그는 노조와의 갈등 해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잘 듣고 말씀 나누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취임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윤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전날 윤 행장의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 경력이 전무한 전형적인 낙하산”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가 윤 행장이 자진사퇴 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2010년 조준희 전 행장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이 행장을 맡아왔다. 한편 이날 윤 행장의 물리적 출근은 무산됐지만, 비서실을 통해 업무 보고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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