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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밀고 나가야 할 때와 끝내야 할 때

입력
2020.01.0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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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가라앉는데, 기대를 품거나 기도를 하면 안된다. 두려움에 눈을 가려서도 안 되며, 그 자리에 떨고 서 있어도 곤란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주변을 살펴라. ©게티이미지뱅크
배가 가라앉는데, 기대를 품거나 기도를 하면 안된다. 두려움에 눈을 가려서도 안 되며, 그 자리에 떨고 서 있어도 곤란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주변을 살펴라. ©게티이미지뱅크

소송 진행 중 의뢰인들로부터 소송결과가 좋을지 질문받는 경우가 있다. 내가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알기 어렵다. 판사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근데도 내가 예측한 소송의 결과는 적중률이 높아서 의뢰인들이 대부분 깜짝 놀란다. 소송결과를 궁금해 하는 의뢰인들에게 난 반문한다.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편한 느낌이 들던가요, 아니면 불안한 느낌이 들던가요?”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결과가 좋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결과는 내 말대로 이루어진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의뢰인 당사자가 받는 느낌이 정말 있다. ‘무언가 불안하고, 판사님은 내 말을 믿는 것 같지 않고, 재판 과정 내내 무언가 찝찝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형사피고인들이 있다. 십중팔구 그 재판결과는 나쁘게 나온다. 재판결과는 대부분 좋은 예감이나 나쁜 느낌 그대로 이루어진다. 사업이나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봐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일에 매달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때 무조건 그만두라고 조언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가끔씩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놀라운 끈기와 불굴의 의지로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인내로 밀고 나가야 할 때'와 '그만 끝내야 할 때'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성공하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깊이 파고들어야 하며, 연이어 다가오는 장애물을 반드시 극복하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빠져나갈 때도 알고 있어야 한다. 끈기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바보처럼 마냥 붙들고 있어서도 안된다. 끈기가 미덕이라는 착각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질질 끌고 나가서는 안된다.

그러다 나는 일정한 규칙을 발견했다. 언젠가 풀릴 일은 시작부터 좋다. 잘 될 일은 미미하나마 긍정적인 반응이 계속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 될 일은 계속 꼬이고 그 상태가 지속된다. 일이 계속 꼬이기 시작하고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사항을 명심하라. 침몰하는 배에서 기도하지 말고 빨리 뛰어내려라. 침몰하기 시작하면 뛰어 내려야 한다. 배가 반쯤 물에 잠길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된다.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고통이다.

배가 가라앉는데, 기대를 품거나 기도를 하면 안된다. 두려움에 눈을 가려서도 안 되며, 그 자리에 떨고 서 있어도 곤란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주변을 살펴라.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뢰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면, 더 늦기 전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 빠른 시기에 손실로부터 탈출하라. ‘주어진 시간과 자원으로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 때’, ‘자신의 아이디어에 확신이 없을 때’, ‘열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산란할 때’는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일을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지만 안될 때도 많다. 그때마다 그만 둔다면, 처음부터 의지나 열정이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다.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며칠 동안 기다려 보라. 몇 달을 쉬어도 좋다. 그런데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만 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포기가 오히려 성공과 행복을 안겨줄 때도 있다. 도전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처음의 기회 의도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무능력함도 아니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큰 손실 없이 결과가 좋은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면, 그만 둘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이미 잃은 돈이 아까워서 비합리적으로 판돈을 올리는 노름꾼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슬퍼할 필요는 없다. 바로 거기에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가게 해 줄 새로운 기회가 숨어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기회를 엿본다.

윤경 더리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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