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활동이 금지된 중국 래퍼의 컴백 소식에 중국 대륙이 시끄럽다. 골수 팬들은 어떻게든 콘서트 티켓을 손에 쥐려고 애를 태우는 반면, 상당수 대중은 그의 활동 재개가 잘못된 선례를 남길 것을 우려해 결사 반대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는 2017년 중국의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랩 오브 차이나’에서 우승해 중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든 ‘피지 원(PG Oneㆍ25)’이다. 그의 등장으로 힙합 열풍이 중국을 강타했고, 글로벌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의 립스틱 모델을 비롯해 각종 광고에 파격적으로 등장하며 중국의 젊은 팬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의 반짝 인기는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노래 가사가 청소년들의 마약 복용과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2018년 1월 모든 중국 음악 플랫폼에서 퇴출됐다. 특히 열세 살 많은 중국 유명 여배우이자 가수 리샤오루(李小璐)와의 불륜설마저 터져나오면서 여론은 그의 비도덕적 행동에 격분하며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렇게 대중의 뇌리에서 잊히는가 싶던 그가 컴백을 선언하면서 꺼져가던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달 12일 중국 산시(陝西)성 셴양(咸陽)에서 콘서트를 열겠다고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히면서다. 하지만 싸늘한 반응을 의식한 듯 콘서트 티켓은 일반적인 채널을 통해서는 구입할 수 없고 오로지 위챗의 맞춤형 계정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 상황이다. 공개 판매가 아닌 암암리에 거래되는 셈이다. 일부 팬들이 아우성치자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 여론은 슬그머니 연예계에 복귀하려는 그의 얌체 시도에 철퇴를 내릴 참이다. 무엇보다 마약의 경우 중국 전역의 중독자가 적게는 250만명, 많게는 1,400만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주웨이(朱巍) 정법대 교수는 3일 글로벌타임스에 “기업과 자본이 다른 사람에게 약을 먹이거나 부추기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연예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불륜 혐의로 기소된 중국 배우 우슈보(吳秀波)와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된 대만 청춘 스타 커전둥(柯震東)의 경우 지난달 연예계에 다시 발을 디디려 했지만 네티즌과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마약 단속을 하다가 얼마나 많은 경찰들이 숨졌는지 생각해보라.” 한 네티즌의 뼈아픈 지적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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