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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전 회장, 레바논 대통령 이미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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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전 회장, 레바논 대통령 이미 만나

입력
2020.01.03 01:32
수정
2020.01.03 01:53
0 0

레바논 개입 정황… 구금 중 매일 접촉

곤 “혼자 탈출해, 악기상자 꾸며낸 이야기”

카를로스 곤 전 닛산ㆍ르노자동차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곤 전 회장 자택 주변에 사설 경비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ㆍ르노자동차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곤 전 회장 자택 주변에 사설 경비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ㆍ르노자동차 회장의 도주극에 레바논 정부가 깊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레바논 측은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구금 중일 때 그를 수시로 접촉했고 도주 계획에도 일정 부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곤 전 회장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베이루트에 도착한 직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만났으며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운 대통령에게 구금 중 자신과 아내 캐롤을 지원해 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곤 전 회장은 현재 “(일본의) 정치적 박해에서 벗어났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한 것 외에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8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일정만 밝혔을 뿐이다.

소식통은 또 곤 전 회장을 일본에서 빼내는 계획이 3개월에 걸쳐 치밀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주일 레바논 대사는 그가 구금 중일 때 매일 그를 면담했다고 한다.

레바논 정부는 일단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해 곤 전 회장 수사를 시작하는 분위기다. 알베르트 세르한 레바논 법무장관은 이날 “곤 전 회장에 대한 국제형사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 요청을 받았다. 검찰이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지 언론은 검찰이 다음주쯤 그를 심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운 대통령의 언론 담당 고문도 곤 전 회장과의 만남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레바논 정부 관계자들은 곤 전 회장의 사법처리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가 프랑스 여권을 갖고 합법적으로 입국한 만큼 일본의 신병인도 요청 등 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두 나라는 범죄인 인도협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다만 곤 전 회장이 ‘악기 상자’를 통해 도주했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 아내 캐롤은 “꾸며낸 이야기”라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곤 전 회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아내와 가족들이 내가 일본을 떠나는 데 한몫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모두 부정확하고 거짓”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곤 전 회장 부부가 일본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탈출 과정 공유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8일 예정된 기자회견도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보수 축소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지난달 31일 레바논으로 도주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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