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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직원 발언ㆍ온라인 대체… 시무식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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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직원 발언ㆍ온라인 대체… 시무식도 바뀌고 있다

입력
2020.01.03 04:40
수정
2020.01.03 09:3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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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02년 SK그룹 신년회'. SK는 일반 시민과 고객, 신입사원 등이 토론을 하고 경영진들이 이를 경정하는 형태로 신년회를 기획했다.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패널 토론을 서서 경청하는 모습이 왼쪽 동영상에 비춰지고 있다. SK그룹 제공
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02년 SK그룹 신년회'. SK는 일반 시민과 고객, 신입사원 등이 토론을 하고 경영진들이 이를 경정하는 형태로 신년회를 기획했다.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이 패널 토론을 서서 경청하는 모습이 왼쪽 동영상에 비춰지고 있다. SK그룹 제공

매년 초, 진행된 각 그룹의 신년회(시무식)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총수들은 엄숙한 자세로 자리한 임직원들에게 한 해 비전을 일방적으로 전달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그룹의 신년회 모습이 바뀌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이해 진행된 신년회에선 파격에 가까운 모습이 속속 연출됐다. SK그룹은 이날 일반 시민과 고객, 구성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깜짝 방식의 신년회로 새해를 시작했다. 실제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선 소셜벤처 지원사업가와 지역공동체 활동가의 현장 발언, 외국인과 여성, 신입직원 등 SK 구성원의 대담이 이어졌고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선 채로 이를 집중해서 경청했다. 최 회장은 행사에 앞서 SK서린빌딩 인근 식당 종사자와 기관 투자자, 청년 구직자 등이 SK에 바라는 점을 담아 내보낸 동영상도 주의 깊게 시청했다. 지난 해 주요 관계사 CEO들이 ‘행복’을 주제로 토론을 한 뒤 최 회장이 논의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신년회를 열었던 SK는 올해엔 신입사원이 최 회장을 대신해 토론을 정리하고 2020년 각오를 밝히면서 행사도 마무리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보고 있는 직원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보고 있는 직원들.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필두로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은 ‘온라인 신년회’로 시무식을 대체했다. 구 회장은 “2020년은 고객 가치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행하는 실천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이날 오전 전 세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임직원들은 노트북이나 태블릿, 컴퓨터(PC), 스마트폰 등으로 영상을 자유롭게 시청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신년사 대신 일기처럼 자신의 소회와 다짐을 소탈하게 담은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서울 양재동 본사 1층 강당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에서도 기존의 경직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임원들이 무대 위 의자에 앉아 객석의 직원들을 내려다 봤던 과거와 달리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모두 직원들과 같은 눈높이의 자리에 앉았다. 정몽구 회장 시절 국민의례 후 직원들이 회장에게 인사를 건네는 ‘회장님께 경례’도 빠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약 1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를 한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지만 “회사의 성장보다 중요한 건 고객의 행복”이라고 강조한 뒤 “서로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하며 일을 시작하자”고 독려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2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을 찾아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1년부터 10년째 시무식 후 새해 첫 업무를 연탄 봉사 활동으로 시작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이 2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을 찾아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1년부터 10년째 시무식 후 새해 첫 업무를 연탄 봉사 활동으로 시작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우엔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그룹 합동 신년회'를 마친 뒤 곧바로 노원구 백사마을을 찾아 임직원들과 연탄 나눔 봉사 활동을 펼쳤다. 2011년부터 10년째 이어져오는 전통이다.

재계에선 향후 이런 방식의 신년회는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리타분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직원들과 쉽게 교감할 수 있다는 게 과거와 다른 올해 신년회의 모습인 것 같다”며 “기업들도 젊은 직원들과 더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형식의 시무식은 앞으로도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 보인다”고 전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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