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28~30기 검사 대상 수집… 차장검사 인사까지 입김 작용
문 정부서 중용된 간부들 제외…“코드 안 맞는 검사 찍어내기” 우려
청와대로부터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대상자의 세평(世評) 수집을 지시받은 경찰이 대상 검사들의 순위까지 매긴 평가 리스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권 들어 중용된 검찰 간부 일부는 세평 수집 대상에서 제외, 이미 승진이 내정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일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의 검찰 고위직 세평 수집 지시를 받고 사법연수원 28~30기 검사들의 평판을 수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 승진 대상(28기)과 차장검사급(29ㆍ30기)이 대상이다. 통상 차장검사 인사에는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감찰 세평이 반영됐으나, 이번에 경찰은 그간 하던 검사장 승진 대상을 넘어 차장검사 인사에도 입김을 넣게 됐다. 경찰의 보고를 받는 청와대가 검찰 인사 주도권을 더욱 강하게 장악하는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경찰은 세평 수집 대상 검사들의 순위를 매긴 리스트까지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검사장 승진 대상자에 세평만 붙이는 식이었으나, 이번 세평 목록에는 순서가 추가된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경찰이 28~30기 가운데 승진ㆍ보직 이동 등의 후보군을 85명 정도로 추려 그 순위를 매긴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수도권 한 검찰 간부는 “경찰의 검사 세평 작업은 익히 알지만 줄세우기식 작업까지 한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업무 편의를 위해 임의로 순번을 기재했을 뿐, 경중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 중용된 일부 검사장 승진 대상 검사는 경찰의 세평수집 대상에서 처음부터 빠졌다고 한다. 이종근(51ㆍ28기) 인천지검 2차장검사가 대표 사례로 알려졌다. 이 차장검사는 법무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내고, 조국 전 장관 때부터 법무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을 맡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인사청문준비단이기도 했다. 검찰 일각에선 “특정 인사는 이미 검사장 승진의 상수가 돼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인사를 앞두고 평판을 수집하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경찰의 대대적인 세평 수집을 두고는 검찰의 우려가 상당하다. 경찰이 일방적으로 왜곡된 세평을 보고하고 청와대가 이를 반영할 가능성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고위 인사들의 세평을 교차 수집해 청와대가 이를 비교할 수 있었으나, 이번 정부 들어 국정원 국내정보 수집 정보원(IO)이 없어지면서 정보경찰 세평만 청와대에 보고되는 구조가 됐다.
검경 수사권 등 현안 이슈에서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청와대와 경찰의 관계를 감안할 때, 경찰 세평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검찰개혁의 한 축인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국가수사체계 변화나 검찰이 청와대를 겨냥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에서 청와대와 경찰은 사실상 같은 입장이었다. 정권 코드에 맞지 않는 검사들이 자칫 ‘찍어내기’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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