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에 이어 장기보험인 종신ㆍ질병보험 등 보장성 보험료도 인상에 나선다. 이르면 3월부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 신규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를 결정하는 예정이율을 인하하고 이를 보험사들의 다음 상품 개정이 집중되는 3~4월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받아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의미한다. 현재 업계 평균 예정이율은 2.5%로, 인하 수준은 0.25%포인트가 유력하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지급보험금을 만들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0.25%포인트가 오를 경우 보장성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이 납부할 보험료는 7~8%가량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보험료 인상 수준이나 적용 시점은 보험사마다 다를 수 있다. 또한 보장성 보험은 통상 고정이자율이 적용되는 만큼 기존 상품에 가입된 대부분의 고객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보험사 관계자는 “연초에 출시되는 일부 신상품을 제외하면 3~4월 개정시점부터 가격 인상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장성 보험료의 인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된 분위기였다. 예정이율은 장기금리와 자산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 등을 고려해 책정되는데 금리인하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예정이율의 인하 압박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예정이율 인하가 절박한 상황이다. 과거 시중금리가 높았을 때 판매한 금리확정형 상품의 부채에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을 넘어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43%으로 부채부담이율(4.28%)에 미치지 못했고 두 이자율의 격차는 0.85%로 확대 추세를 이어갔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생명보험은 금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금융산업으로, 과거 고금리 계약으로 인한 부채 적립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작년 8월 실적 발표회에서 예정이율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보험료 추가 인상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직면한 역마진 위험에 대응하려면 예정이율 인하 외에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 제한을 완화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