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부터 북핵 문제가 미국의 ‘외교 난제’로 떠오르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난타당하고 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역량을 억제하지 못한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 전략무기’ 예고로 북핵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대북외교를 주요 성과로 포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가도에서 악재를 안게 된 상황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자신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은 온건파와 강경파를 가리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하고 창의적인 외교를 구사했지만 핵 동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건 중대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를 내세운 ‘빅딜론’이 아무런 결실도 보지 못한 채 북한의 핵무기 개발만 방치했다는 취지다. NYT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신하고 그의 비핵화 약속을 확대해석한 것이 가장 큰 오판이었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일정 정도의 억제와 제재 완화를 결부시키는 ‘부분적 또는 과도기적 합의’라는 전통적 방식의 외교를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폐기를 한번에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북한의 핵 위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온건파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핵 이슈를 보다 일관성 있고 정직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무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허세를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빅딜론을 주장해온 대북 강경파들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느슨한 대북 압박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최대 압박’을 거듭 주문했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를 단언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은 김정은의 위협적인 새해 발언에 대응해 한국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된 모든 군사훈련을 완전히 재개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군이 진정으로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의회 청문회를 개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니컬러스 에버스텟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가짜 평온은 끝났다”며 북한에게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주장한 뒤 최대 압박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근 이란과의 갈등 고조까지 더해지면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이라는 두 가지 글로벌 위기에 직면했다”며 “상대적으로 평온했던 국제 환경과 국내적인 번영으로 혜택을 누려왔지만 악한들에 대한 엄포와 친구맺기라는 외교적 병행술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중요한 외교정책의 승리로 홍보해왔기 때문에 김정은의 강경해진 노선은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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