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동물원에서 불이 나 고릴라 등 동물 3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풍등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데 독일에선 불법이다. 유흥을 즐기려는 인간의 욕심 탓에 동물들만 애꿎은 죽음을 맞은 것이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크레펠트 동물원 유인원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오랑우탄 5마리, 고릴라 2마리, 침팬지 1마리 등 30마리 이상의 동물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인원관에는 유인원 10마리를 포함해 열대 조류와 멸종위기종인 과일박쥐 등이 서식하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자정 무렵 첫 신고 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때를 놓쳐 버렸다. 이미 다수 동물이 숨진 뒤였고, 침팬지 2마리만 가까스로 구출할 수 있었다. 볼프강 드레센 크레펠트 동물원장은 “마흔 살 된 암컷과 어린 수컷 침팬지가 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야외 우리에는 불길이 번지지 않아 고릴라 7마리는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중국식 풍등에 의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게르트 호프만 크레펠트지방경찰청장은 “완전히 타지 않은 풍등 3개가 동물원 근처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밤 시내에서 풍등이 날아다닌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됐다.
독일에서는 새해를 기념해 12월 31일 자정쯤 불꽃놀이를 한다. 단, 폭죽을 터뜨리는 등의 놀이는 허용되지만 풍등 날리기는 불법이다. 풍등은 심지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 등을 띄우는 일종의 열기구여서 화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독일동물보호협회는 “무절제한 새해맞이 행사가 동물에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라며 당국에 동물원 등 근처에서 모든 불꽃놀이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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