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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파워인물] “취업ㆍ창업 고정 말고 가치 있는 일 찾는 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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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파워인물] “취업ㆍ창업 고정 말고 가치 있는 일 찾는 게 우선”

입력
2020.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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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학생기업 창업자 강동우씨

창업 1년여만에 매출 수천만원대

학교에 발전기금, 스타학생 대상도

[저작권 한국일보]한남대 학생기업 '애니그마'를 창업한 강동우씨가 자신의 작업실 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콘텐츠 제작을 하는 애니그마는 창업 1년여만에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한남대 학생기업 '애니그마'를 창업한 강동우씨가 자신의 작업실 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콘텐츠 제작을 하는 애니그마는 창업 1년여만에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 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남대 인사례교양동 4층에 자리한 ‘꿈을 여는 창의공작소’는 10여대가 넘는 컴퓨터로 어수선해 보였다. 프로젝트별 조직도와 일정표를 적은 칠판이 없었더라면 기업사무실이라고 보기 어색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창업 1년만에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학생기업의 사무실 겸 작업실이다.

지난달 26일 사무실에서 만난 멀티미디어콘텐츠제작 기업 ‘애니그마’의 대표인 강동우(25)씨는 자신감이 넘쳤다. 멀티미디어학과 졸업반인 강씨는 2018년 10월 기업을 만들었다. 학내 기업이면서 1인기업이다.

강씨는 교수 연구실에서 교육용 시뮬레이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던 중학교의 창업지원 정책과 주변의 권유로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연구실에서 교육용 시뮬레이션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하드웨어에 비해 프로그램 보급이 늦어지는 것을 보면서 콘텐츠 사업에 도전할 만하다고 봤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창업 도전은 군에서 조교로 근무하며 훈련에 필요한 쌍방향(인터랙션) 콘텐츠를 제작했던 경험도 한몫을 했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인력은 학과 내 전공동아리 회원들을 활용했다. 회사 이름과 같은 ‘애니그마’라는 취업동아리 회원들이 강씨의 지휘하에 분야별로 맡은 분야 콘텐츠를 제작하면 그것을 한데 모아 완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동아리 회원들은 취직에 앞서 관련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학내 창업기업 ‘애니그마’ 수익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강동우(왼쪽 세번째)씨가 '한남스타' 대상을 받은 후 이덕훈(왼쪽 네번째)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
학내 창업기업 ‘애니그마’ 수익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강동우(왼쪽 세번째)씨가 '한남스타' 대상을 받은 후 이덕훈(왼쪽 네번째)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남대 제공

학교측도 교육용 영상제작 프로젝트 등 산학협력 관련 사업을 연결시켜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 이 과정에서 천문우주과학관협회의 지구과학용 돔 스크린 영상제작 주문이 도약의 계기가 됐다. 이 사업을 계기로 기업체의 홍보영상 제작 등 다른분야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회사는 단순한 교육용 프로그램 제작업체를 벗어나 멀티미디어콘텐츠 제작기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매출도 증가했다.

매출이 증가하자 그는 지난해 7월 1,000만원을 뚝 떼어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학생신분이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배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벌면 기부하자고 미루다 보면 영영 실행을 못할 것 같았다”며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돈을 벌고 고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말했다.

사실 그는 매출액에서 회사 운영 자금과 자신의 월급을 빼고 상당액을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학교측은 ‘스타학생 대상’ 표창으로 그의 이런 활동을 인정했다. 스타학생은 한남대가 학업과 봉사활동, 창업, 도전분야에서 모범이 되는 학생을 선정, 시상하는 상으로 그는 최고인 대상을 받았다. “스타학생 대상은 학교가 1년에 한번 선발하는 것으로, 평가 분야가 다양하고 상의 격도 높아 재학생들이 모두 꿈꾸는 최고의 상”이라며 “작년에 한번 신청했다 떨어졌는데 올해는 감사하게도 상을 받게 돼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학교로부터 자신의 활동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도 묻어났다.

그는 졸업 후에도 당분간 학교에 머물며 기업운영과 후배지도를 병행할 계획이다. 일찍부터 독립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학교와 후배들이 학내에 머물며 그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가서도 얼마든지 학교와 연계해 기업을 운영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독립은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하지만 내가 선배들로부터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았듯이 후배들에게도 내가 가진 경험을 나눠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학교기업으로 남는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어 학교 밖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는 해나갈 참이다. 현재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넘어 혼합현실(MR)기반 홀로렌즈등 첨단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참이다. 자치단체 등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장비를 활용해 미리 기술을 개발해 놓는다면 후일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됐을 때 선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부탁하자 그는 “창업과 취업 어느 하나를 고정된 길로 생각하지 말고 내가 가치 있게 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취업을 할 수도 있고, 취업을 생각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창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가치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창업이든 취업이든 도전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을 해 회사를 운영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같이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더라”며 “가치 있게 도전할 만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다 보면 그 자체가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주문했다. 그는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차가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만드는 콘텐츠들이 우리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도록 회사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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