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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만 수십억… 대치동 8할 키운 ‘1타 강사’들

입력
2020.01.03 04:40
수정
2020.01.03 17: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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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의 탄생, 대치동 리포트] <2>불안을 먹고 사는 학원가

강의실력은 물론 외모ㆍ입담 갖춰… 토크 콘서트에 수백 명 몰리기도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지난달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지난달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치동을 키운 8할은 ‘1타 강사(1등 스타 강사)’다. 2020년 대치동의 1타 강사는 아이돌급 인기를 누린다. 까다로운 대치동 학생,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 실력은 필수. 외모와 입담까지 갖춰야 1타 강사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1타 강사의 경우 계약금만 수십억원을 상회해 걸어 다니는 기업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2020년 대치동의 간판, 1타 강사들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젊은 피가 주류를 이룬다. 대치동에서 가장 ‘핫’한 1타 강사 중 한 명은 수학 강사 현우진. 1988년생으로, 스탠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대치동에서 강의를 하다 2014년 말 메가스터디교육에 영입됐다. 2018년 한 해에만 본인이 집필한 ‘뉴런’ 교재 99만권을 팔아 치우는 등 연매출 3,569억원(2018년 기준) 상당의 메가스터디교육을 이끄는 대표 강사로 자리 잡았다. 현우진 강사의 경우 2018년 초 강남에 지상 4층 규모, 320억원대 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투스의 이지영 강사도 사회탐구 영역의 독보적인 1타다. 수학과 달리, 문과 학생만 듣는 과목이라는 한계에도 누적 수강생만 250만명에 달한다. 그 역시 서울대 윤리교육과를 졸업한 30대의 젊은 강사다. 김동욱(국어ㆍ메가스터디교육), 유대종(국어ㆍ스카이에듀), 이명학(영어ㆍ대성마이맥) 등도 대치동에서 손꼽히는 1타 강사다.

학생들은 1타 강사를 연예인처럼 따른다. 수능이 끝나고 열리는 일종의 팬 미팅, ‘토크 콘서트’에는 수백 명이 선생님 실물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영상으로 보여지는 직업이고 본인도 수입이 좋다 보니 패션, 피부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며 “학생들도 연예인 보듯이 하다 보니 강사를 뽑을 때 카메라 테스트는 기본이 됐다”고 귀띔했다.

학원 측도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1타 강사 모시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A씨는 “학생들이 1타 강사 때문에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다른 선생님 맛보기 강의를 들어보고 20~40만원대 ‘패스(수능 전까지 해당 업체의 인터넷 강의를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연간 수강권)’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 강사 영입은 학생 유입 효과나 마케팅 차원에서 좋다”고 말했다. 강사는 학원과 계약을 맺고 움직이는 개인사업자다.

2016년 7월, 대치동 국어 1타 강사였던 이모(52)씨가 수능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7월, 대치동 국어 1타 강사였던 이모(52)씨가 수능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대치동 1타 강사가 보장하는 큰 부와 명성 탓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도 적지 않다. 수년간 대치동의 국어 1타 강사였던 이모(52)씨는 2016년, 평소 알고 지내던 교사를 통해 수능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유출했다가 구속됐다. 1타 강사로서의 적중률,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6월에는 수능 국어 유명 강사인 박광일씨가 필리핀에 회사를 차려 경쟁 강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아온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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