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얼굴 없는 ‘동전천사’ 화제
부산에서 얼굴 없는 ‘동전천사’가 15년째 이름을 숨긴 채 불우이웃을 위한 동전을 기부해 오고 있다.
1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점심시간쯤 해운대구 반송 2동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무인증명서 발급기 부근에 동전이 가득 담긴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10원짜리에서 500원짜리까지 1만개 가량 되는 동전이 종류별로 나눠져 여러 봉지에 담겨 있었다.
직원들이 세어본 결과 모두 72만6,920원이었다. 상자 안에는 특별한 편지나 메모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누가 동전이 든 상자를 두고 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매년 이맘때쯤 센터에 동전을 기부하는 동전천사가 다녀가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동전천사의 기부는 올해로 15년째다. 4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동전천사는 기부를 할 때 종종 ‘더럽고 구겨진 돈, 이 돈도 좋은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 ‘본인은 무식한 사람’ ‘좋은 곳에 써달라’ 등의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한때 영세 점포나 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86만270원을 기부했던 지난해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다음에 못 올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동전을 기부했다.
해운대구 측은 “동전천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선 모른다”면서 “동전은 기부의 취지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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