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엔 ‘진보 성향’ 김지형 전 대법관
삼성그룹이 진보 성향의 김지형(62ㆍ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횡령ㆍ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 수립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준법감시기구를 만들기로 하고 김 전 대법관을 (책임자로) 내정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설치를 결정한 이 기구는 김 전 대법관을 포함한 외부인사 6명과 삼성 내부인사 1명으로 이뤄진 위원회 틀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관은 “삼성 측에서 곧 공식 발표를 할 것이며, 이후에 자세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임(2005~11년) 시절 사회적 약자 편에 선 판결을 많이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후에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김용균씨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등으로 활약했고, 현 정부에선 신고리원전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다. 2014년엔 삼성전자 백혈병문제 조정위원장(가족대책위원회 추천)을 맡아 재작년 11년간의 분쟁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삼성그룹이 준법감시기구 설치에 나선 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과 관련 있어 보인다. 지난해 10월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라며 “삼성그룹 내부에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했다면 이러한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재판부로부터 고강도 준법감시체제 구축을 요구받은 삼성이 오는 17일 차기 공판을 앞두고 ‘숙제 제출’ 채비에 나선 모양새다. 일각에선 삼성이 진보 성향 위원장 선임에 더해 위원회를 최고경영자(CEO) 직속기구로 두는 등 파격적 조치를 이어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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