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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말에다가 말을 더하면?

입력
2020.01.03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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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아가씨닭 말고 할머니닭 주세요.” 어리고 부드러운 닭보다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외국인이 자신이 아는 말을 조합한 표현이다. 또 다른 한국어 학습자는 명절에 시댁에서 ‘형님’을 부를 때, 서열에 따라 ‘언니형님, 동생형님’이라 했다고 한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참 재미있는 표현을 만들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줌마, 아가씨닭 말고 할머니닭 주세요.” 어리고 부드러운 닭보다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외국인이 자신이 아는 말을 조합한 표현이다. 또 다른 한국어 학습자는 명절에 시댁에서 ‘형님’을 부를 때, 서열에 따라 ‘언니형님, 동생형님’이라 했다고 한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참 재미있는 표현을 만들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한국어 학습자가 닭을 사러 시장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 “아줌마, 아가씨닭 말고 할머니닭 주세요.” 어리고 부드러운 닭보다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외국인이 자신이 아는 말을 조합한 표현이다. 또 다른 한국어 학습자는 명절에 시댁에서 ‘형님’을 부를 때, 서열에 따라 ‘언니형님, 동생형님’이라 했다고 한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참 재미있는 표현을 만들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런데 말에 말을 붙여 쓰는 것은 표현력이 부족한 외국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던 날’이란 노랫말이 있다. 그 덕분에 안개비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안개비는 는개의 방언이다. 는개란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이다. 우리는 ‘는개’를 찾아보려 하기보다 ‘안개’와 ‘비’를 합하여 표현하기를 즐겨한다. 사실 까투리, 장끼, 꺼병이를 모르면 암꿩, 수꿩, 새끼꿩으로 말해도 통한다. 말에 말을 더하면 안 되는 말이 없다고 한다. 이것이 한국어의 특성이다.

한국어의 그런 특성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는 외국어도 한국어처럼 덧붙여 쓰는 일이 많다. 핫샌드위치, 콜드샌드위치도 그런 말 중 하나이다. 하루는 빵집에서 ‘콜드샌드위치를 사시면 아메리카노를 천 원에 드려요’란 글을 보았다. 눈앞에 샌드위치가 모두 냉장고에 들어 있는데 특별히 ‘콜드샌드위치’는 무엇인지 잠시 머뭇거렸다. 생소한 빵 이름들이 핫샌드위치로 묶이는가 싶더니, 그 외의 샌드위치는 콜드샌드위치란 새 범주로 불린다. 아무리 말에 말을 더하기 쉬운 한국어라 하지만, 이런 규칙이 외국어를 덧붙여 쓸 때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문득 한국인이 조합한 말을 두고 외국인들도 참 흥미로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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