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해인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이란 양대 외교 역풍을 맞았다. 최대 외교 치적으로 삼는 북한 문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경 노선을 고집하면서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앙숙 이란과의 관계도 이라크 미 대사관 시위 사태를 계기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미 언론은 앞다퉈 북한ㆍ이란 난제가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의 해에 ‘쌍둥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단적으로 “이란을 고립시키고 북한은 매료시키겠다”는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NYT는 두 적성국가가 탄핵과 재선을 앞둔 트럼프의 취약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대북 정책과 관련, 신문은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 등 기존 틀을 깬 과감한 외교를 구사했지만 결국 핵 동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이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장과 구축한 개인적 신뢰를 과신한 탓에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확대해석 했다는 진단이다. NYT는 “우리의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김 위원장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는 그가 비핵화에 전혀 관심이 없고 수십년 간 러시아가 해온 것처럼 군축협상에만 골몰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CNN방송도 이날 “김정은의 보다 강경해진 노선은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협상 교착의 책임을 트럼프 행정부에 떠넘기고 있으나 동시에 정치적 셈법이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CNN에 “북한은 트럼프가 탄핵 및 대선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역시 ‘트럼프의 쌍둥이 전쟁 위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돌연 북한·이란과 관련한 국제적 위기에 처했다”면서 “두 나라에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은 실재한다”고 분석했다.
미 언론은 ‘외교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오판을 실책 배경으로 지목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NYT에 “트럼프가 이란에는 외교를 너무 거부했고 북한에는 너무 많은 외교를 청했다”며 “억제와 제재 완화를 조합하는 ‘부분적 또는 과도기적 합의’라는 전통 방식의 외교를 배척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이런 외교 정책은 동맹을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정작 위기 발생시 공조를 이끌어 내는 포괄적 전략 수립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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