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훔친 2명이 1일 구속됐다.
전주지법 최정윤 판사는 전날 경찰이 특수절도 혐의로 A(35)씨와 B(34)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최 판사는 “도망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뒤편에서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익명 기부자가 두고 간 기부금 6,000여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 행위가 올해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달 26일부터 주민센터 인근에 차량을 세워놓고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을 놓고 가기를 기다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차량 번호판에 물 묻힌 휴지를 붙여 식별을 어렵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평소 동네에서 눈에 띄지 않던 차량을 수상하게 여긴 한 주민의 제보로 범행 4시간여 만에 충남 논산과 대전 인근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경찰은 또 이들이 훔친 성금 6,016만2,310원이 든 상자도 되찾았다. 경찰이 회수한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100장을 묶은 다발 12개와 동전이 든 돼지저금통, ‘소년소녀가장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A4용지 등이 들어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1억원 상당을 기부하며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기부금이 더해지면 액수는 6억6,850만3,870원으로 늘어난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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