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쏟아진 폭우로 아수라장이 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주변 지역들의 피해 정도가 속속 집계되고 있다. 자카르타와 수도권 합쳐 9명이 목숨을 잃었고,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만 103곳에 달했다. 전기가 나간 지역은 700곳이 넘는다.
1일 재난 당국과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자카르타 일대엔 평균 100㎜, 많은 지역은 20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은 홍수로 인한 수심이 220~225㎝에 달했다. 당국이 밝힌 자카르타 내 홍수 피해 지역은 41곳으로 남부 자카르타 지역이 22곳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수도권처럼 자카르타와 인근 생활권 도시를 아울러 일컫는 ‘자보데타벡(jabodetabek)’ 중에선 자카르타 서쪽 브카시가 39곳으로 피해가 극심했다. 자보데타벡 전체로는 피해 지역이 103곳이었다.
이날 오전까지 자카르타 시내 10여곳이 침수됐고,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사라져 통행이 금지된 곳도 많았다. 자카르타 동부에 있는 할림퍼르다나쿠수마공항은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자카르타 북서쪽에 있는 국제공항 수카르노하타공항은 항공기 운항이 되고 있지만, 공항으로 향하는 일반 도로가 침수되면서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 철로마저 일부 침수되면서 공항을 오가는 공항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인도네시아전력공사(PLN)는 낮 12쯤 홍수로 인한 자카르타 내 정전 지역이 724곳이라고 밝혔다.
인명 피해도 속속 접수되고 있다. 중앙 자카르타 지역에선 집이 침수되면서 전기에 감전돼 한 명이 숨졌고, 동부 자카르타에선 한 명이 범람한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 등 오후 4시(현지시간) 기준 9명이 사망했다. 같은 시간 2만명으로 집계된 이재민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이 “육상 쓰나미”라고 부를 정도로, 도로는 사라졌고, 교통은 끊겼고, 전기는 나갔고, 마을은 고립되거나 물구덩이가 됐다.
구조대가 지붕에 올라간 주민을 구하는가 하면, 보트를 이용해 대학 건물을 빠져 나온 학생들도 있다. 쇼핑몰의 대형마트가 물에 잠기면서 손님들이 급히 빠져 나오는가 하면, 주차된 택시 수십여 대가 완전히 물에 잠긴 사고도 벌어졌다. 뱀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장면들도 목격됐다. 집이 물에 잠긴 시민들은 대피소로 몸을 피한 상태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자카르타 내 크망과 클라파가딩 지역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들 지역은 상습 침수 구역으로 저지대 마을은 이번에도 물에 잠겼다. 다만 주변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주변이 침수되면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날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인들에게 “홍수로 인한 도로 침수 및 교통 혼잡, 정전 사태 등 혼잡하고 혼란스러우니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안전 공지를 했다.
다행히 이날 오후 들어 비가 그쳤지만 재난 당국은 비가 더 올 것으로 보고 자카르타 인근 보고르댐의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고르댐이 범람할 경우 자카르타 전체에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수 이후 위생 불량과 깨끗한 물 부족으로 인한 피부병, 호흡기 감염 등 2차 재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날 “홍수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치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