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원회의 金 “새 전략무기” 발언에 ‘비핵화 약속’ 환기
좋은 관계 강조ㆍ파장 최소화… 폼페이오 “약속 어기면 실망”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 약속 이행을 강조하며 상황 관리에 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는 점도 부각시키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 복귀와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시사하면서도 대화 여지를 남겨둔 상황에서 강온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가 ‘성탄절 선물’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을 안다”면서 “성탄절 선물이 예쁜 꽃병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좋은 관계’라는 표현을 다시 꺼냈고, ‘꽃병’ 이야기도 다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그의 나라를 대표하고 나는 나라의 대표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바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즉각 맞대응하기 보다 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의 파장을 축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는 비핵화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면서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가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합의문의 ‘넘버 원’ 문장이었음을 거론하며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만큼 북미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지렛대로 정상 간 신뢰를 내세워 북한의 이탈을 막으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약속을 거듭 환기시킨 대목에선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도 읽힌다. 북한을 협상 궤도에 묶어두기 위해 그간 강온 메시지를 병행해왔던 것의 연장인 셈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경고와 촉구성 메시지로 북한의 탈선 방지에 주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가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북한에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김 위원장이 다른 경로를 택하길 바란다”면서 “그가 그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경고성 메시지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데 동의하는 대신 김 위원장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환기시키며 “우리는 약속에 부응했으며 그 역시 약속에 부응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언급에는 대북 상황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북한이 ICBM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한 미국은 외교라인에선 달래기성 메시지를 발신하고, 국방 라인에선 ‘군사 옵션’의 경고를 동시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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