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정은, 신년사 대신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 보게 될 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정은, 신년사 대신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 보게 될 것”

입력
2020.01.02 04:40
1면
0 0

 美엔 ‘ICBM 경고장’ 北내부엔 ‘제재 정면돌파戰’ 새 구호 

 안보전략硏 “핵ㆍ경제 병진노선 회귀”… 상반기 도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새해 첫날인 1일 “머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 종료 시점과 맞물려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결정문 보도를 통해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기에 한 차례도 빠지지 않았던 신년사는 이날 따로 발표되지 않았다. 대신 당 전원회의 보도문에 김 위원장의 대미관계 언급을 포함, 향후 대ㆍ내외 정책 방향이 담겼다. 올해의 경우 당 전원회의 메시지가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전원회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넷째 날(12월 31일) 보고에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제 세상은 곧 머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미(북미)관계 교착상태 장기화”를 언급하며 ‘자력갱생’도 강조했다. “지켜주는 대방(상대편)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도 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재개를 시사하고, 북한 내부에는 제재를 버티기 위한 자력갱생 경제발전을 강조한 것이다. 2018년 4월 핵실험ㆍICBM 발사 중단(모라토리엄)과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던 북미 대화 국면에서 진전이 없자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레드라인’(제한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 노선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미국의 ‘시간끌기’ 탓으로 돌렸다. 최근 미국의 대화 제의를 ‘이중적 행태’라고 일축한 김 위원장은 “우리에게 있어 경제 건설에 유리한 대외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고 했다. 대북제재 ‘정면돌파전’을 올해 새로운 구호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면돌파’ 또는 ‘정면돌파전’이라는 표현은 이날 보도에서 23번이나 등장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년 대미 협상을 통해 주민들에게 경제 상황 개선을 약속했으나 결과적으로 이에 실패한 김 위원장이 결국 ICBM 개발을 지속하면서 미국의 제재는 버텨보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사실상 (핵ㆍ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함과 동시에 대미 위협 고조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과는 당분간 대화 계획이 없다는 점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신년사 발표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대남 정책 노선은 이번 보도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이동하는 등 대대적인 당 핵심 간부 인사, 조직 개편도 있었다.

북한의 대미정책 노선 변경으로 한반도 주변 긴장감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당장 상반기가 고비다. 북미대화가 신통치 않을 경우 2월 미국 대선 경선 일정 시작 시점에 맞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특히 3월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양상을 주목할 개연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소규모로 치러져온 양국 간 훈련 규모가 다시 커질 경우 이를 명분 삼아 다시 대형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 위원장은 “핵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대북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향후 협상 재개 여지를 열어뒀다. 북한은 영문 보도에서는 ‘상향 조정’을 ‘적절한 조정(properly coordinated)’으로 완화해 표현했다. 통일부도 “비핵화 협상을 ‘가변적 상태’로 남겨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당초 북미협상 중단까지 예상됐던 데 반해 절제된 표현들이 나왔다"며 "당분간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겠으나, 판 자체는 깨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대화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