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협, 트럼프엔 안 통해… 더 강한 제재 역효과만 낼 것”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언급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평가했다.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미국을 압박해왔던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서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되 긴장을 고조시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한 치킨 게임’은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4명의 한반도 전문가로부터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김 위원장의 전략은 영변 해체 대가로 상당한 제재 완화를 받아내기 위해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었다”며 이번 언급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풀이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위협을 고조시킨 것 외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이라는 두 가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에 ICBM를 들이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위험한 지정학적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김 위원장의 위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한국에 대한 무기 판매와 연합훈련 중단을 포함한 북한의 요구는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어떤 신호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잠재적인 ICBM 발사 위협은 워싱턴이 더 강한 제재와 군사력 증강 등으로 대응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고, 매닝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협상 파트너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실제 고강도 도발에 나설지는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실제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고조시키는 차원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위성 발사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양보를 받아내려는) 북한의 전략이 계속 실패할 경우 김 위원장이 실제 ICBM을 발사할지 아니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 ICBM 도발을 감행할 경우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2017년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평양 또는 워싱턴의 아주 작은 실수나 착오가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암흑기로 진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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